[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국내에서 벤처 복수의결권 도입 1호 기업이 나왔지만 업계에선 현실적으로 제도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편견이 아직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번 벤처 복수의결권 첫 도입과 관련해 자문을 한 변호사는 투자자와 창업자의 이해관계만 맞는다면 어렵지 않게 복수의결권을 도입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특히 창업자의 지분율이 낮을 때 양쪽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입니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소재 우리나라 최초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기업 '콜로세움 코퍼레이션' 본사를 방문해 박진수 CEO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중기부)
"이해관계에 반하면 주주들이 절대 동의하지 않죠. 이해관계가 맞으니까 복수의결권을 발행하는 거예요."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벤처 복수의결권 도입을 위해 자문을 진행한 안희철 법무법인 디라이트 파트너 변호사는 복수의결권에 대해 이같이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투자자들은 철저하게 수익을 목표로 움직이기 때문에 결코 손해 보는 결정을 하지 않습니다. 투자자들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복수의결권이 사용될 수만 있다면 투자자들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지난 21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벤처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한 1호 기업이 나오면서 2호, 3호 도입 기업 탄생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중기부는 오는 3월까지 추가로 2곳의 벤처기업이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복수의결권은 1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이 부여되는 제도로, 벤처기업이 지분 희석 우려 없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도입돼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됐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대다수 벤처기업들은 복수의결권 도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하기 때문인데요. 창업 이후 누적 투자금액은 100억원 이상이어야 하며 최종 투자가 50억원 이상이어야 합니다. 마지막 투자유치로 인해 창업자의 지분율은 30% 아래로 떨어져야 합니다. 특히 복수의결권을 도입하려면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3 동의가 필요합니다. 1명의 투자자라도 반대를 한다면 투자계약상 분쟁이 발생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주주들의 동의가 전제가 돼야하는 상황입니다.
벤처기업들이 가장 어렵다고 입을 모으는 '주주 동의' 조건에 대해 안 변호사는 상황만 맞으면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모든 벤처기업에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특정 조건에 놓인 벤처기업의 경우 복수의결권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그는 "2가지 사례, 즉 투자를 하려는데 대표이사 의결권이 너무 적어서 회사가 산으로 갈 수 있기에 의결권이 늘려야 하는 경우, IPO(기업공개)를 해야 하는데 의결권이 적어서 IPO가 어려운 경우에는 투자자들이 창업자의 의결권 확대를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며 "후속투자가 안 되고 IPO가 안 되면 망하는 기업이 있다. 그러면 투자자들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데 이 때 복수의결권이 대안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창업주의 지분율과 투자자의 이익이 무조건 반대되는 관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창업주의 지분율이 투자자의 이익과 직결될 때 복수의결권은 양쪽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시각입니다. 벤처캐피탈업계에서도 복수의결권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입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관계자는 "외부 투자를 받게 되면 창업자의 의결권이 위협받을 수 있기에 IPO가 어려워지는데 복수의결권 제도로 IPO 과정이 수월해지면 벤처캐피탈에게 이점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안 변호사는 복수의결권에 대한 거래소의 반응에 따라 반향이 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안 변호사는 "거래소에서 복수의결권 주식을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중요한 변수"라며 "최대 주주의 지분율을 잘 인정해주면서 긍정적인 의견을 주거나 IPO가 수월하게 될 수 있도록 해주면 복수의결권 도입이 더욱 활성화될 것 같다"고 내다봤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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