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지역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통한 지방 소멸 해결
2024-03-21 06:00:00 2024-03-21 06:00:00
“난 우리 반에 친구가 없다. 나 혼자밖에 없다. 그래서, 선생님이 나의 짝꿍이다. 근데, 나이 차이가 너무 난다.”  
 
올해 폐교가 된 전북 부안군 하서면 백련초등학교 학생이 지은 ‘내 짝꿍’이라는 시의 내용이다. 올해 무려 33곳의 초중고가 폐교를 했다. 이는 2023년의 1.8배이고 폐교가 되는 학교 수는 점점 늘어만 간다. 지방의 인구 소멸 문제는 현실이 된 것을 넘어서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방 소멸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 감소와 수도권 편중이 심화 되면서 발생한 문제이다. 정부는 지방 소멸을 해결하기 위해 경제적 지원, 교육 지원, 출산·육아 지원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인구 소멸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생계 문제와 교육 문제가 해소돼야 하는데 이는 ‘경제적 지원’ 정도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방 인구 소멸을 막고 활력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일자리를 만드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본인이 살던 지역을 떠나 수도권으로 향한 청년들은 대부분 그 이유를 ‘직장 때문’이라고 답했다. 
 
청년들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고, 혁신적인 일자리는 무엇일까? 스타트업을 통한 일자리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의 현실은 심각하다. 대부분의 국책 연구기관이 몰려있는 대전과 제2의 도시 부산, 산·학·연 시스템이 구축된 포항 등 몇 개 도시를 제외하면 제대로 된 스타트업 생태계가 조성되지 않았다. 스타트업 성장을 위한 자금줄의 역할을 하는 벤처캐피탈(Venture Capital, VC)의 경우 90% 이상이 수도권에 있고 10% 미만이 비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가 얼마나 빈약한지 알 수 있다. 
 
건강한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인적 지원, 정책적 지원, 경제적 지원 등이 전략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성공적인 케이스로 포항의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 사례를 꼽을 수 있다. 포항의 경우 포스텍(POSTECH),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등을 통한 인적 지원,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나 체인지업그라운드(스타트업 타운), 포항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을 통한 정책적 지원, 포항벤처밸리 및 팁스 프로그램(TIPS Program) 등 지원 프로그램 등을 통한 경제적 지원이 하나로 버무려져서 건강한 스타트업 생태계가 조성되었다. 그 결과 포항은 지방에서 가장 청년 인구 감소율이 적은 도시 중 하나가 되었다. 건강한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통해 포항을 혁신적이고 활기 넘치는 도시로 만들어 낸 것이다. 
 
다른 지방 도시들도 포항의 사례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전국의 17개 시도에는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있어서 스타트업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책임지고 있고, 주요 도시에는 지역을 대표하는 대학교 및 연구소가 있어서 인적 자원을 공급하고 있다. 또한, 2026년까지 비수도권의 지방대 30곳을 선정하여 각 1,000억원이 넘는 재정적으로 지원을 하는 '글로컬(Glocal) 대학 사업'이 정책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각 도시들은 이러한 유·무형적 요소를 활용하여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대표적인 스타트업을 키워내야 한다.  
 
중앙정부 역시 거시적인 안목을 갖고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지역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펀드를 더 적극적으로 조성하고, 각 지역의 특성과 현실을 반영하여 산·학·연 협력을 도모해야 한다. 나아가 탑·다운 방식의 획일적이고 규제 중심적인 정책을 지양하고 수도권과 지역의 다양한 스타트업과 유관기관이 공간적 한계를 넘어서 함께 밀도 있는 협업을 할 수 있도록 정책적,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해 각 지역 도시가 혁신적인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할 수만 있다면 각 도시는 다시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각 지역의 청년들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서울로 가고자 했던 마음을 접고 각 지역의 혁신적인 스타트업에서 본인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할 것이다.  
 
17개 시도를 대표하는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수십 개씩 존재하고 많은 청년들이 그 스타트업에서 열정적으로 자신의 꿈을 펼치는 모습, 단지 상상 속의 모습이 아니고 분명 우리 눈앞에 현실로 펼쳐질 수 있는 미래이다.
 
안희철 법무법인 디라이트 파트너 변호사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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