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으로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지속 성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우리 기업의 민첩한 대응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기업 지배구조와 인수합병, 산업안전, 공정거래 등 분야별 로펌 변호사를 통해 기업이 직면한 환경 변화와 그에 따른 대응 방향을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위기설'이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건설사들이 줄줄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우려가 쉽게 진화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변호사로는 처음으로 한국도산법학회장을 역임하며 도산법 분야 권위자로 꼽히는 이영구 법무법인 대륙아주 파트너 변호사는 최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고금리 충격에 따른 대출 부실 조짐과 맞물려 이른바 대마불사(大馬不死·큰 기업은 망하지 않는다)에 대한 믿음도 흔들릴 수 있다"라며 "'법정관리 기업'이라는 낙인이 두려워 회생절차 개시 시점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부동산PF 관련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구조조정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이 변호사는 특히 "건설업과 중견·중소기업 등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낮은 기업을 중심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곪은 부분을 도려내고 채권·채무 정리를 통해 기업이 부실을 털어내야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영구 법무법인 대륙아주 파트너 변호사가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대륙아주)
다음은 이영구 법무법인 대륙아주 파트너 변호사의 일문일답입니다.
- 올해 기업구조조정 측면에서 주목하는 업종은 무엇입니까.
아무래도 건설업 분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원자재값 상승, 금리 인상 등은 국제적인 문제라 조속한 시일 내에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데 이렇게 되면 현금 시재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건설사의 기업회생과 파산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실제 건설사 회생을 비롯한 법률상담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대상 기업이 아니더라도 컨소시엄 구성원의 워크아웃 또는 회생에 대한 대응방안이나 거래처의 회생, 파산에 대한 자문도 많습니다. 건설사의 경우 공사비는 늘어나는데 발주처로부터 이에 상승할 정도의 공사비를 올려 받기 어려운 실정인데다 당분간 분양 침체 상황이 개선될 여지도 보이지 않다 보니 아예 공사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문제는 공사 수주 또는 예정액이 감소하면 기업 회생의 가능성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또 이러한 상태는 PF관련 보증책임 현실화, 협력업체, 금융기관 특히 2금융권 이하의 동반 부실화로 번져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큽니다. 일부 대기업은 대마불사라는 마음으로 느긋하게 생각하는 면이 있을 수 있지만, 총선 이전까지 묻어뒀던 부실에 대한 부분이 표면화할 경우 (구조조정 가속화 등) 상황이 쉽지 않을 수 있고, 중소·중견기업에는 타격이 더 가해질 수 있어 이를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 구조조정에 대비하기 위해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적기에 회생절차를 시작해야 회사도 살고 주변의 피해도 줄일 수 있어 경영자의 결단이 중요합니다. 부실 과정에서 도덕적 해이가 있지 않은 한 대주주가 양보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법원, 금융기관 채권자, 협력업체 등도 지원과 협의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신뢰와 이미지를 바탕으로 수주가 절대적인 건설업의 경우 회생 실패 사례를 살펴보면 재정적 파탄 과정에서의 인적·물적 손실, 회생으로 인한 낙인효과, 이로 인한 회생계획 인가 후 영업의 저조 등이 그 원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자체 회생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 새로운 투자자를 찾아 인수합병(M&A) 등을 꾀해 재무구조를 튼튼히 하고, 조직을 쇄신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 기업 도산 방식은 크게 파산과 회생으로 나뉩니다. 회생을 택할 수 있는 건 어떤 경우입니까.
파산절차는 사업을 접고 남은 재산을 환가해서 채권자들에게 배당해주는 소위 빚잔치라고 할 수 있으므로 그야말로 마지막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회생절차는 그보다는 아직 영업력이 남아있는 기업이 채권자들의 지원 아래 사업을 계속해서 파산보다는 더 많은 가치를 분배하고자 하는 절차입니다. 따라서 수주잔고, 자금력, 향후 수주 가능성 등이 어느 정도 남아 있어야 회생 가능성이 커지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파산으로 직행하거나 회생절차 중 폐지돼 파산으로 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영구 법무법인 대륙아주 파트너 변호사.(사진=대륙아주)
- 법인회생절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계속기업가치' 판단이지만, 기업의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은 중소기업의 경우 장기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새로운 구조조정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도 나옵니다.
구조적 부실이 아닌 일시적 유동성 부족, 소위 흑자부도에 빠진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이라면 좀 더 간이하고 신속한 자율적인 구조조정제도가 필요합니다. 과거 화의제도가 그런 면에서 효과적이었지만 부실의 도피처로 악용된다는 부작용에 폐지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새로운 제도 도입은 신중해야 하고 현재의 제도라도 운용의 측면에서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회생법원에서 실행 중인 패스트트랙제도나 중소기업컨설팅 지원제도, P플랜(회생계획안 사전제출), ARS(자율구조조정지원) 등의 프로그램의 활용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 법적인 측면에서 채권자들의 무리한 요구를 배제하거나 협상력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입니까.
(채무자의 구조조정보다는 자신의 수익률에 집중해 채권의 회수·추심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채권자들의 경향은 법원이라는 확고한 감독자가 있는 회생절차보다는 채권자의 입김이 상대적으로 센 워크아웃 절차에서 더 심각합니다. 다만 시장 경제에서 채권자가 자신의 채권을 회수 추심하고자 하는 것을 마냥 비난할 일은 아닙니다.
워크아웃이나 회생 모두 채권자의 일정한 동의를 전제로 하는 이상, 채권자들의 합리적 판단을 기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채권자로서는 절차가 공정했는지, 기업의 향후 수익력이 어떤지, 청산절차에서의 예상 배당액과 비교하면 얼마나 이득이 있는지 등을 보고 판단합니다. 물론 채권자가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 회생법원은 강제인가제도, 부인권 제도를 통해 이를 어느 정도 제지할 수 있습니다.
- 기업회생을 고려하는 회사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대비할 부분은 무엇입니까.
자금이 고갈되기 전에 회생을 선제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그래야 회생 인가 가능성이 커집니다. 대주주 입장에서는 지배권 상실의 리스크가 있는 회생절차를 피하기 위해 어떻게든 자금을 끌어들여 위기를 타개해 보려고 하지만 이미 그 상태에 이른 기업은 확고한 채무 동결 없이 자체적으로 꾸려나가기는 어려운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자금이 고갈되지 않은 상태에서 구조조정이나 기업회생을 신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채무 동결은 바로 이뤄지지만 거래대금 회수까지 가려면 4~5개월 이상 걸리게 되므로 구체적으로 그 정도 기간은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있어야 합니다. 다만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단 몇 달만이라도 버틸 수 있다면 최대한 버텨보려는 유혹이 있어 회생 신청을 유보하다 완전히 망가진 다음 찾아오는 안타까운 사례도 있어 이를 신경쓸 필요가 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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