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때린 환구시보 "중국팬 필요없다더라" 또 반격
조중동 등 주요 매체 기사·댓글 인용
한국 내 반중 관련 댓글까지 전해
전문가 "환구시보, 중국판 일베 정도로 봐라"
2020-10-14 15:53:43 2020-10-14 17:49:37
[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방탄소년단(BTS)의 수상소감 논란을 촉발한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가 "한국이 중국팬들은 필요없다고 한다"는 취지의 보도를 통해 또 한번 중국 내 여론을 부추기고 있다. 환구시보는 중국 외교부가 상호 우호를 도모하자는 입장 표명 이후 과거 기사를 슬쩍 내리는 등 한발 물러서는 듯한 행보를 보였지만, 다방면에서 쏟아지는 비판에 대해 다시 반격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14일 환구시보는 인터넷판인 환구망에 "방탄소년단의 수상소감을 두고 중국 네티즌들이 비난을 받았다"는 중국인을 자극하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지난 12일 "유명 글로벌 아이돌 BTS의 정치적 발언에 중국 네티즌이 분노하고 있다"는 기사를 띄우며 중국 여론 선동에 나선지 이틀만이다. 
 
환구시보는 BTS 발언에 대한 중국 네티즌들의 반발을 한국이 어떻게 보도했는가에 집중적으로 전했다. 해당 기사에는 한국 주요 언론이 "중국 매체가 여론을 선동했다", "중국 흠집내기",  "중국식 애국주의라며 과도한 반응을 내놨다"고 보도한 내용들이 담겼다. 환구시보는 ″방탄소년단 말은 잘못이 없고, 우리는 중국 팬이 필요 없다″는 내용의 한국 누리꾼의 댓글까지 인용하면서 해당 댓글이 '좋아요'를 가장 많이 받았다고도 덧붙였다. 
 
중국 환구시보는 14일 오전 ″방탄소년단의 수상소감을 두고 중국 네티즌들이 비난을 받았다″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았다. 사진/환구시보 인터넷판 캡처
 
앞서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2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BTS 관련 중국 내 논란을 두고 "관련 보도와 중국 누리꾼들의 반응을 주목하고 있다"면서도 "역사를 거울삼아 미래를 향하고 평화를 아끼며 우호를 도모하는 것은 우리가 함께 추구해야 하며 함께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입장문 취지는 중국 누리꾼들을 중심으로 급격히 고조되는 반한 감정을 다소 누그러뜨리자는 의미로 해석됐다. 
 
중 외교부의 발표 이후 환구시보는 논란을 만들었던 기사를 홈페이지에서 삭제하는 등 한발 물러서는 듯한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하루만에 다시 BTS와 한국 여론을 싸잡아 공격하고 나선 것은 중국 누리꾼들의 민족주의 정서를 자극해 또 다시 갈등을 키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 당국의 진화에도 중국 누리꾼들의 분노는 현재진행형인 것으로 분석된다. 전날 중국의 한 누리꾼은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 "BTS 폰케이스를 낀 채 길을 걷다가 다가온 시민에게 묻지마 폭행을 당했다"면서 "다리뼈가 골절되고 안면에 심한 상처를 입어 병원에서 한달간 치료받아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실제 폭행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웨이보에는 “아직도 BTS를 좋아하다니 그럼 맞을 만했다", “BTS를 좋아할 바엔 죽는 게 낫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중국의 과격한 반응을 두고 전문가들은 너무 과도하게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내놨다. 이욱연 서강대 중국문화학과 교수는 이날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중국에서 네티즌 민족주의라든가 젊은층 애국주의가 불쑥불쑥 튀어나오는데 90년대 생의 젊은 네티즌 사이에서 나타나는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내 전체 여론이라기 보다는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소수의 반응이라는 평가다. 이 교수는 '중국의 일베'로 이해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해당 논란을 접한 국내 누리꾼들은 "제목으로 낚시짓 하는 게 ㅇㅇㅇ랑 똑같네", "땅은 대국, 하는 짓은 소인배", "한 판 더 해보자는 건가", "여론 조작, 선동의 원조 중국", "사회주의 국가는 어쩔 수 없나"면서 쓴 소리를 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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