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고정된 각도의 스포츠 중계 화면과 하이라이트를 빤히 지켜만 봐야 하는 시대가 저물고 있다.
삼성전자(005930)가 모바일 시청자 마음대로 중계화면을 컨트롤하는 새로운 5G 시청 경험을 제시하고 나섰다.
21일 미국 '스포츠비디오그룹뉴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 유명 스포츠 채널인 폭스스포츠·국내 영상솔루션 스타트업 포디리플레이와 협업해 5G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이 실시간으로 카메라 시야를 선택할 수 있는 모바일 중계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번 서비스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과 결승전인 월드시리즈 때 시범적으로 사용된다. 21일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와 탬파베이 레이스의 1차전이 열리며 올해 월드시리즈는 본격적으로 닿을 올린 상황이다.
시청자들은 폭스스포츠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삼성전자에서 제공하는 '폭스스포츠 5G 뷰'에 들어가 여러 카메라 각도의 중계를 즐길 수 있다. 갤럭시노트20 시리즈를 비롯해 갤럭시Z폴드2· 갤럭시S20FE 등 5G 스마트폰이 지원 대상이다. 폰 뿐만 아니라 삼성 스마트뷰를 통해 중계 화면을 TV에 연결할 수도 있다.
지원 모드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대화형 비디오 플레이어를 사용하면 시청자는 실시간 경기 중 선수들의 움직임을 회전하고 확대·축소할 수 있다. 빠른 스피드의 공과 여러 규칙으로 진행되는 야구 경기 특성상 팬들이 공 회전이나 수비 움직임 등 경기 디테일한 부분까지 제대로 확인하기는 쉽지 않지만, 이 플레이어를 사용하면 경기 중 선수들의 여러 장면을 자세히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하이라이트 모드를 선택하면 팬들은 경기의 핵심이 되는 명장면이나 보고 싶었던 찰나를 놓치지 않고 재확인할 수 있다. 특히 게임 도중 최대 3분을 되감기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춰 중요한 순간을 언제든지 다시 볼 수 있다. 이외에도 멀티뷰 기능을 통해 시청자들은 5개의 고유한 카메라 각도를 동시에 볼 수도 있다.
시청자에게 새로운 중계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폭스스포츠, 포디리플레이는 올해 NLCS와 월드시리즈가 열린 텍사스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필드에 각도 별로 90대의 카메라를 설치해 경기 장면을 담았다. 시청자는 투수와 포수, 타자에 고정된 보통의 화면 대신 여러 각도에서 실시간으로 경기를 볼 수 있다.
탬파베이 레이스의 최지만(왼쪽)이 9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2020 메이저리그(MLB) 뉴욕 양키스와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ALDS) 5차전에서 1회 1루 수비를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이번 시스템은 중계를 도맡는 방송사 시스템에 구애받지 않고 시청자 스스로 원하는 장면을 띄우고 확인하는 능동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모바일 시청 경험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시사점이기도 하다.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은 올해 중계권료만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에 달한다는 현지 보도가 나올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월드시리즈 등 포스트시즌 주요 경기를 독점 중계하는 폭스가 2022년부터 2028년 간 MLB에 지불을 약속한 중계권료만 해도 51억달러(약 5조7800억원)로 추정된다. 천문학적인 돈이 오가는 이유는 그만큼 경기를 지켜보는 야구 팬들이 많고 높은 인기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중계의 시장성을 설명하는 단면이기도 하다.
한 예로 지난해 MLB 월드시리즈의 경우만 해도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혹평 속에서도 1차전부터 5차전까지 평균 1160만명의 시청자수를 기록했다. 모바일 시청자까지 합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의 이번 협업은 높은 시장성을 갖춘 메이저리그를 활용해 미국 내 5G 기술력을 제대로 알리고 현지에서 고전 중인 스마트폰 점유율을 끌어올릴 반전의 기회로 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북미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에서 삼성전자(27.15%)는 애플(36.8%)에 밀린 2위에 자리했다.
LG전자(066570)(13.9%)는 3위였다. 최근 애플이 첫 5G 스마트폰으로 아이폰12 시리즈를 공개하고 LG전자가 전략 스마트폰 'LG 윙 5G'를 내놓는 등 업체 간 5G 스마트폰 대결이 어느 때보다 치열한 상황에서 사람이 몰리는 MLB을 통해 존재감을 발휘하려는 전략이다.
폭스스포츠 관계자는 "팬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방식의 중계를 제공하기 위해 삼성과 협력하게 됐다"며 "이 모든 것을 실현하기 위해 지난 몇 시즌 동안 포디리플레이와 함께 작업해왔으며 이들의 기술은 계속해서 큰 발전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폭스스포츠 관계자는 "삼성과 협력해 NLCS와 월드시리즈를 위한 5G 전용 스마트폰 경험을 추가하게 됐다"며 "효과적인 시스템을 바탕으로 이제 팬들은 경기장 선수 액션에 더 가까이 다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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