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여당이 연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목표로 추진 의지를 드러냈지만 야당의 비토권이 핵심변수가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 출범을 미룰 목적으로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를 악용할 경우에 대비해 공수처법 개정을 계속 논의하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인 반면 국민의힘은 공수처장 후보에 대한 송곳 검증을 예고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수처 출범 절차와 관련해 "야당의 두 분을 추천위원으로 배정한 것은 공정한 인물을 공수처장으로 임명하기 위한 것"이라며 "혹시라도 공수처 출범을 가로막는 방편으로 악용하려 한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 당도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추천위원회가 구성되는 대로 공수처장 임명 절차를 최대한 빨리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의힘은 지난 24일 대검찰청 차장 검사 출신인 임정혁 변호사와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낸 이헌 변호사을 추천위원 후보로 내정했다. 이헌 변호사의 경우 앞선 언론 인터뷰 등에서 공수처가 위헌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고 박근혜정부 당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조사 방해 혐의로 고발당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27일 두 후보를 공식 추천할 예정이다.
하지만 민주당에서는 국민의힘의 추천위원 후보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공수처 출범을 가로막을 방편으로 추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최인호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공수처 출범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공수처를 부정하는 인사에 대한 추천 내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종철 정의당 대표도 "늦게나마 공수처장 추천위원을 정했으니 다행이라고 하기에는 한심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여당이 우려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예정대로 추천위원을 선임한다면 이들의 비토권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현행 법에 추천위원 7명 중 6명의 찬성으로 공수처장 후보를 선임하도록 돼 있는데, 야당 위원 2명이 반대할 경우 후보 추천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여당에서는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하는 공수처법 개정 의지를 드러내며 압박에 나서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윤호중 민주당 의원은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야당 추천위원이) 끊임없이 비토권을 행사하게 되면 공수처장 임명이 결국은 불가능하다"며 "(공수처 출범을) 마냥 기다릴 순 없기 때문에 이제 공수처법 개정 논의는 예정대로 진행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은 공수처법 개정을 검토하겠다는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하며 공수처장 후보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예고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야당에 부여된 추천 위원 두 자리마저도 빼앗겠다고 법안을 내고 협박을 해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 한다"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처럼 국민이 편향적이고 자격이 없다고 아우성치는데도 (공수처장 후보로) 밀어붙인다면 단호히 반대하겠다"고 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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