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밀키트 시장…코로나 이후에도 대세
SPC 등 다수 업체 밀키트 사업 뛰어들어…차별화된 브랜드만 생존할 것
2020-11-04 16:00:09 2020-11-04 16:28:31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코로나19 발생 이후 재택근무 확대와 개학 연기 등으로 집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늘며 밀키트(meal kit·반조리 음식)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식품업계는 밀키트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보고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대다수 밀키트 브랜드의 매출이 오르고, 이에 따른 다양한 제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CJ제일제당의 밀키트 '쿡킷'은 올해 하반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5배 이상 올랐으며, 1월부터 판매량이 월평균 20%씩 성장하고 있다. 프레시지는 올해 1~9월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18% 늘었다. 한국야쿠르트의 '잇츠온'은 올해 상반기 매출 신장률 20.5%를 기록했다.
 
밀키트는 한끼 식사를 위해 손질이 끝난 식재료가 포장돼 배달되며, 레시피를 보고 15~30분 정도 요리하면 된다. 재료에 변화를 주면서 소비자가 직접 요리하는 재미도 누릴 수 있다. 전자레인지에 간편하게 데워먹는 일반 가정간편식(HMR)과 달리 식재료가 냉장 상태로 배송돼 유통기한은 더 짧다. 번거로운 식재료 준비 과정을 거치지 않아 요리에 익숙지 않은 20~30대의 수요가 높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는 400억원 수준으로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2배 이상 커진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KREI는 밀키트 시장이 2024년까지 7000억원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 밀키트 시장이 형성된 것은 약 4년 전이지만, 코로나19 사태와 채솟값 급등으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올해 밀키트 시장 진출에 뛰어든 업체도 다수다. SPC삼립은 밀키트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밀키트 전문 제조업체 푸드어셈블과 MOU를 체결했다. SPC삼립과 푸드어셈블은 각사의 역량을 동원해 밀키트 제품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지역 맛집 메뉴를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밀키트 상품을 개발해 이를 SPC삼립이 운영하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현대그린푸드는 급증하는 2030 캠핑족을 잡기 위해 캠핑용 프리미엄 밀키트 브랜드 '캠밀(CAM MEAL)을 론칭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호텔들도 밀키트 사업에 적극적이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지난 SSG닷컴과 협업을 통해 특급호텔 셰프의 노하우를 담은 중식당 호경전 대표메뉴 유니짜장, 삼선짬뽕을 가정간편식 밀키트로 출시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자신의 SNS에 삼선짬뽕 밀키트를 조리한 사진을 올리며 히트 상품이 됐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프레시지와 손잡고 프리미엄 밀키트 제품인 '63 다이닝 키트' 3종을 선보였다. 
 
밀키트 시장 규모가 늘면서 차별화를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한국야쿠르트는 프레시 매니저(야구르트 아줌마)를 통해 배달되는 '극강의 신선도'를 강점으로 내세운다. CJ제일제당은 회사 소속 14명의 셰프들이 제철 음식을 활용한 레시피를 직접 개발한다. 프레시지는 70여명에 달하는 업계 최대 규모의 제품 연구개발과 품질 관리 전문조직이 있다.
 
다만, 이 같은 성장세 속에서 밀키트 업계가 과대 포장으로 지나치게 많은 플라스틱과 비닐을 양산해 환경을 고려한 친환경 제품 포장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밀키트 제품은 대부분의 식재료를 개별포장한다. 또, 국내 오프라인 유명 맛집의 음식을 밀키트 상품으로 개발하는 과정에서 수익 대부분을 일부 유통업체들이 가져가는 경우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에도 가정에서 요리하는 습관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세는 다소 둔화하겠지만, 차별화된 밀키트를 내놓는 기업이 소비자에게 소구력이 있을 것으로 봤다. 업계 관계자는 "밀키트를 넥스트 가정 간편식으로 보고 있다"면서 "연구 개발과 유연한 시장 대처를 통해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이마트 성수점에서 모델들이 '피코크X백종원' 밀키트 2종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이마트 제공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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