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미국의 제46대 대통령이 될 조 바이든 당선인은 내년 1월 취임하면 취임식 기준으로 미 역사상 역대 최고령(78세) 대통령이 된다. 50년 경력의 정치인이자 외교 전문가로, 고 김대중 전 대통령(DJ)과 특별한 인연이 있는 '지한파'로도 유명하다.
바이든 당선인은 1942년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에서 출생했다. 아일랜드 이민자 가문 출신으로, 그가 대통령직에 오르면 존 F. 케네디에 이어 두 번째 가톨릭 신자 출신 대통령이 된다.
그다지 넉넉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성장해 1961년 델라웨어 대학교에 입학해 정치학과 역사학을 전공하고 시러큐스대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가 됐다. 1969년 국선변호사로 어려운 이들을 도왔고, 델라웨어주 뉴캐슬 카운티 의회 의원으로 제도권 정치권에 입문했다.
만 29세인 1972년 민주당 소속으로 델라웨어주 상원의원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정치 행보가 시작된다. 그는 2008년까지 36년을 연방 상원의원으로 지내며 주로 외교 분야에서 활동했고, 2009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8년간 부통령직을 역임했다.
대선에는 1988년, 2008년, 2020년 3차례 도전했다. 1988년에는 당시 역대 2번째로 젊은 나이로 베이비 붐 세대의 지지를 받았지만, 연설 표절 의혹 등으로 중도 낙마했다. 2008년 당내 경선에서는 오바마 당시 후보의 돌풍에 밀렸다. 2016년에도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장남의 사망 등 가정사를 이유로 출마의 뜻을 접었다. 결국 2020년 출마해 도널드 트럼프 현직 대통령에게 승리를 거둬 꿈을 이루게 됐다.
화려한 정치경력과 달리 개인사는 평탄하지 못했다. 1972년 상원의원에 당선되자마자 부인 네일리어와 장녀 나오미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아들 보와 헌터도 중상을 입었고 바이든은 자신의 첫 취임식 선서를 두 아들의 병실에서 했다.
2015년에는 장남 보 바이든이 뇌암 투병 끝에 46세로 사망했다. 보는 이라크전에 참전해 무공훈장을 받았고 델라웨어 주의 주 법무장관을 역임한 명실공히 바이든의 후계자였다. 바이든 당선인은 7일(현지시각) 대국민 연설에서도 "이번 선거 운동 과정에서 아들 보 바이든을 생각해왔다"며 "제 아들이 보여줬던 희생정신에 대해 항상 생각해왔다"며 아들을 추모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각별한 인연이 있는 '친한파'로 알려져 있다. 그는 DJ가 1980년대 초 전두환 군사정부의 탄압으로 미국에 망명했을 때부터 친분을 쌓았고, DJ를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꼽아왔다. DJ의 '햇볕정책'을 북핵문제 해결책으로 공개 지지하기도 했다.
두 사람의 인연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넥타이 교환' 일화다. 그가 2001년 미 상원 외교위원장 자격으로 청와대를 찾아 DJ와 재회했을 때, 바이든은 "내가 그런 멋진 넥타이를 맸으면 미국 대통령이 됐을 것"이라고 농담을 했다.
이에 DJ는 즉석에서 넥타이를 선물했고 두 사람은 넥타이를 바꿔 멨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의 넥타이에는 수프 자국이 묻어있었지만 바이든 당선자는 이를 지우지 않고 소중히 보관하며 "DJ로부터 받은 선물"이라며 주위에 자랑했다고 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7일(현지시간) 미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대국민 연설을 마치고 부인 질 바이든 등 가족과 함께 연단에 올라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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