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근현대사에 미국의 절대적인 영향력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거대 양당이 존재하는 정치구조도 비슷하다. 중도우파로 미국에 공화당이 있고, 한국은 민주자유당계(현 국민의힘) 정당이 존재한다. 마찬가지로 중도좌파에 미국은 민주당이, 한국은 민주당계(현 더불어민주당) 정당이 자리한다.
다만 1990년대 민주화시대 이후를 살펴보면 한미 집권세력의 정치성향은 엇갈려왔다. 한국에 민주당계 정당이 집권하면 미국은 공화당이 집권하는 식이다. 그나마 잠시라도 겹쳤던 것은 20년 전 빌 클린턴 행정부(1993~2001년)와 김대중정부(1998~2003년), 조지 W. 부시 행정부(2001~2009)와 이명박정부(2008~2013년) 시절 정도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지만 비슷한 성향의 정부가 집권하던 시기 한미 양국은 최고의 호흡을 자랑했다. 20년 전 김대중정부가 '햇볕정책'으로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할 때, 클린턴 행정부는 상호주의에 입각한 '페리 프로세스'로 뒷받침했다. 이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이산가족 상봉 등 눈에 보이는 남북교류 성과로 돌아왔다.
그러나 미국에 공화당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클린턴 시절 정책을 모두 파기했고 한반도 정세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노무현정부가 노력해 간신히 현상유지를 했지만 한국에 이명박·박근혜 보수정부가 잇달아 들어서면서 남북관계는 완전히 수렁 속에 빠져들었다.
미 집권세력이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다시 공화당으로 교체돼도 상황은 악화일로였다. 오바마 행정부는 소위 '전략적 인내'로 방관해 북한에 핵·미사일 능력을 급속도로 끌어올릴 시간을 줬다. 트럼프 행정부는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발언 등으로 전쟁 일촉즉발 상황까지 갔다.
2017년 중순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이 반전의 계기가 됐다. 문 대통령은 수차례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한반도를 전쟁위기에서 벗어나게 했다. 다만 최종 목표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까지는 동력이 부족해 보인다.
그래서 2021년 공식 출범할 미 민주당 바이든 행정부에 기대감이 커진다. 20년 만에 한미 양국에 가치 지향과 성향이 비슷한 정부가 집권한다. 북한의 상황과 북미관계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결국 다시 '중재자' 문재인정부의 역량과 노력에 달렸다. 20년 만에 찾아온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국민들의 응원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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