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성욱 기자] 중국이 참여한 거대 무역 협정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출범하면서 국제 무역 시장을 두고 미국과 중국간 대결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조 바이든의 미 정부가 서방국가를 중심으로 한 무역체제를 결성, RCEP에 대응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특히 트럼프 정부가 탈퇴했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을 재가입 하거나 새로운 지역무역협약을 추진하는 등의 방식이 거론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출주도형 국가 특성상 CPTPP 가입 등 바이든 정부의 통상 전략에 발맞추기 위한 작업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15일 <뉴스토마토>가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RCEP의 출범으로 미·중 무역 대결 구도는 점차 격화될 전망이다.
중국이 RCEP 주도한다는 시각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나, 최근 들어 중국의 RCEP 의존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 격화로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효용성이 커진 탓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 중국을 지지하는 국가들이 많지 않아져 RCEP을 통해 지리적으로 가까운 아세안 등 공급망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앞서 중국은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를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중국이 RCEP 협상에 참여한 바 있다.
다만 중국이 주도한다는 것은 과장됐다는 시각도 있다. RCEP 협상 초기 협상은 일본을 중심으로 이뤄졌고, 현재 주도권을 쥔 것은 아세안 10개국이란 해석이다. 산업부 관계자도 “RCEP은 이제 중국이 아니라 아세안 국가들이 주도하고 있다"며 중국 주도적 해석에 반대했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현황. 자료/산업통상자원부
미국은 바이든 당선인이 당장 CPTPP 재가입 등 무역협정 체결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으나 어떤식으로든 새로운 협정을 마련해 대응에 나설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최원목 이대법학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오바마의 구상을 새로 이어받는 차원에서 가입을 할지 아니면 TPP 2.0으로 가든지 CPTPP를 바탕으로 중국과의 라이벌관계를 형성하는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CPTPP 재가입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인도태평양 등을 강화했던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다자기반으로 (통상정책을) 전환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CPTPP를 변형하더라도 간다고 본다”며 “바이든이 강조하는 인권이나 환경 노동, 측면에선 CPTPP 상대국들이 불리하지만 지적재산권이나 기술, 안보관련 문제에 있어선 트럼프 보다 바이든이 약하게 요구할 수 있어(가입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일본, 호주, 인도를 중심으로 한 인도·태평양 안보동맹 ‘쿼드’를 중심으로 새로운 통상체제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미국은 최근까지 중국의 부상을 막기 위해 동맹국들에 쿼드 참여 제안을 해왔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바이든의 주도하에 새로운 가치 동맹은 바로 나올 수 있다”며 “미국이 인도태평양 핵심국들에 더해 서방 국가들을 추가하는 형식이 될지 다른 형식이 될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의 경우 CPTPP 가입이 코로나19 등 국내 문제로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미 행정부가 국제 무역 협상을 하기 위해 미 의회로 부터 권한을 위임받아야 하는 무역촉진권한(TPA)이 내년 만료를 앞둔 만큼 협상 추진이 길어질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구상 가능성을 내세우면서 물밑으로 상대국들과 협상을 타진하는 것은 가능한 만큼 얼마든지 추진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미중간 새 무역체제의 갈등구도가 형성될 경우 우리나라의 통상 전략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양쪽 모두 참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특히 RCEP에 비해 CPTPP의 통상 개방도가 훨씬 높은 만큼 바이든 정부의 CPTPP 가입 등 움직임에 앞서 물밑 작업에 나서야 한다는 분석이다.
최원목 교수는 “RECP보다는 재료나 원료나 소싱 같이 공유하는 CPTPP가 중장기적으로 훨씬 강력한 협정체로 대두될 것”이라며 “우리가 늦었지만 CPTPP에 들어가는 방향으로 전환해 바이든의 노선이 나오면 일관되게 러브콜을 보낼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정성욱 기자 sajikok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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