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국내 대기업 지주사에 CVC(기업형 벤처캐피털) 보유를 허용하는 것과 관련해 이것이 금산분리원칙 위반일 뿐만 아니라 결국 대기업 배불리기에 그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선 '대기업의 CVC 소유 허용 무엇이 문제인가'란 주제로 긴급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발제자로 참석한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당초 정부는 대기업의 과도한 사내 유보금을 벤처 투자로 유도하기 위해 CVC 규제 완화를 들고 나왔지만, CVC의 외부 자금 차입이 가능한 부분은 기존 정부 취지를 무색케 하고 CVC가 사실상 금융회사로 기능하게 해 금산분리원칙에도 위반된다”고 지적했다.
금산분리원칙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상대 업종을 소유·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이다. 해외의 경우 구글이나 퀄컴처럼 CVC를 보유한 대기업이 많지만 우리나라는 금산분리원칙으로 인해 대기업의 CVC 보유가 제한돼 왔다. 하지만 정부가 대기업 지주사의 CVC 보유를 허용하기로 하면서 제한적이지만 대기업의 벤처 투자가 가능해졌다.
이날 현장에선 CVC 허용에 앞서 금융기관의 모험투자 활성화가 먼저라는 주장도 나왔다. 김남주 참여연대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은 “금융기관이 금융의 역할을 다하고 그래도 자금이 부족하면 대기업의 현금성 자금을 벤처 투자에 사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정부의 CVC 도입은 선후가 바뀐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대기업의 CVC 보유 허용이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동반성장을 촉진할 것이란 주장에 대해서도 결국 대기업 배불리기에 그칠 것이란 반박이 나왔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국내의 성공한 벤처기업을 보면 대기업의 기술·경영 노하우를 전수 받아 성장했다기보다 자력으로 성장한 경우가 많다”면서 “CVC가 도입되면 대기업은 벤처기업의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할 수 있겠지만, 반대로 벤처기업이 대기업으로부터 노하우를 전수 받아 성장할 가능성은 낮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벤처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벤처기업의 신규 자금 조달 규모는 평균 1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 중 정부 지원(65.8%)과 은행 자금(25.4%)이 대부분이며 기타 VC(벤처캐피털)나 엔젤투자자 투자 비중은 1%대라 CVC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대기업의 CVC 소유 허용 무엇이 문제인가'란 주제로 긴급 세미나가 열렸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오기형 의원실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