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체결되면서 전자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개선된다는 측면에서 기대감이 높아진 분위기다. 특히 대형 이슈들로 잠재성이 높은 일본과의 교역 활로가 열릴 가능성에 이목이 쏠린다.
16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RCEP의 체결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0%에 달하는 아세안, 태평양 지역 15개 협정 참가국의 무역장벽을 획기적으로 낮출 전망이다. 이에 따라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가 나온다.
특히 한국이 일본과 새롭게 FTA를 맺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더 나아가 양국 사이 최악으로 치닫은 양국의 관계가 개선의 실마리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LG전자는 'LG 시그니처 OLED R' 출시를 앞두고 세계적 명차 브랜드 벤틀리와 손잡고 공동 마케팅을 펼쳤다. 사진/LG전자
가전업계에서 일본은 전통적으로 '외산의 무덤'으로 불리는 지역이지만 도쿄올림픽과 5세대(5G) 이동통신의 확산 등 내년에 굵직한 이슈들이 기다리고 있어 잠재성의 높은 시장이기도 하다.
LG전자(066570)의 주력 품목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의 경우 일본 시장에서 관세 혜택이 더해질 경우 자국 제품들과의 접전에서 가격경쟁력을 한층 높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전세계 OLED TV 시장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15.5%로 북미 시장과 유사한 수준에 달한다. 이 가운데 LG전자는 파나소닉, 소니, 샤프 등 일본 기업들과 4위권내에서 경쟁하며 선전하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 세계무역기구(WTO)의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50여개 이상의 국가에서 무관세 거래로 지정돼 있어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지만, 교역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는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특히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삼성전자(005930)의 경우 일본 시장의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들의 공략에 적극 나설 전망이다. 일본의 팹리스 시장은 전 세계 5위 규모로, 기존의 종합반도체 위주의 사업 구조를 팹리스 형태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부터 파운드리 관련 기술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SAFE 일본' 포럼을 현지에서 개최하는 등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소재·부품·장비 산업과 같은 민감도가 높은 산업의 경우 10~20년의 유예기간을 두는 형태로 자국 산업 보호 장치를 마련했지만, 일본 기업들의 기술 우위가 높은 만큼 국산화 정책에 힘이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기업의 입장에서는 일본 수출규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던 소부장 수급이 한층 원활해 진다는 이점이 있겠지만, 반대로 일본 의존도가 다시 높아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우려된다"고 말했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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