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없다는 조원태…현실성 있나
대한항공·아시아나 단기부채만 10조
자산 매각·운임 상승도 "계획 없다"
2020-11-18 16:02:40 2020-11-18 16:02:40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하지 않겠다고 확언했지만 현실적으로 이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대한항공(003490)아시아나항공(020560)이 1년 안에 상환해야 하는 단기부채가 10조원에 달하는 가운데 구조조정 외에 단기간에 대규모 자금을 마련할 방법을 찾긴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18일 조원태 회장은 서울 여의도 소재 전경련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구조조정 계획은 없다"며 "모든 직원을 품고 가족으로 맞아 함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KDB산업은행에 따르면 합병 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중복 인력은 최대 1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대해 조 회장은 "중복 인력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확장성을 고려하면 모든 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노선을 확장하고 사업도 확대해 중복 인력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18일 오전 전경련회관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직원들의 연봉 조정에 대한 질문에는 "아직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라면서 "그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조 회장과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인 산은은 인수 결정 후 이처럼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밝혀왔지만 시장에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두 회사는 실적 악화에 이미 지난해부터 희망퇴직 등을 통해 인력 줄이기에 나선 바 있다. 지금도 인력이 넘치는데 인수로 중복 인력까지 생긴 상황인 셈이다.
 
두 회사의 재무 상태도 심각하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부터 적자를 이어왔는데 올해 3분기 기준 부채가 12조8386억원에 달하며 자본잠식률도 56.3%다. 이 중 1년 안에 상환해야 하는 유동부채는 4조7979억원이다. 여기에 대한항공의 단기부채를 더하면 조 회장은 1년 안에 10조원을 갚아야 한다.
 
이 가운데 두 항공사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코로나19로 올해 경영난에 시달렸으며 백신이 개발된다고 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예년만큼의 실적을 회복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정부로부터 기간산업안정기금 2400억원을 지원받으면서 내년 4월 초까지는 고용의 90% 이상을 유지해야 해 이후 구조조정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구조조정 없이 재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자산 매각과 항공 운임 조정을 통해 수익을 높이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날 조 회장은 이마저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코로나19가 내년까지 계속된다면 추가 혈세 투입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한편 조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KCGI는 이날 "조 회장은 단 한푼의 사재 출연 없이 한진칼 주식 고작 60만주 담보 제공으로 영구적인 경영권을 독차지했다"며 "항공산업의 통합은 합리적인 절차와 방식과 국민의 공감을 거쳐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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