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대한항공이 갑작스레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확정하면서 안팎으로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경영권 방어를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내부 노조의 의견도 갈리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항공사 대한항공은 2위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한다. 전날 이사회를 통해 관련 내용을 의결했으며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인 KDB산업은행이 인수 대금 1조8000억원의 일부인 8000억원을 한진칼을 통해 지원한다. 한진칼은 대한항공의 지주사다. 산은은 이번 지원으로 한진칼 지분 10%가량을 보유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수는 산은이 먼저 대한항공에 제안했고 대한항공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추진하게 됐다. 인수 방식 구상은 조 회장이 주도적으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내년 초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KCGI-반도건설-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주주연합과 경영권 분쟁을 해야 했는데 이번 인수로 사실상 승리를 확정했다. 산은의 한진칼 지분은 조 회장에 힘을 보탤 전망인데 이렇게 되면 조 회장은 과반 이상의 지분율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확정한 가운데 이를 두고 안팎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KCGI "졸속 매각…조원태 빼고 모두 피해"
이번 인수가 경영권 전쟁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조 회장과 대척점에 있는 KCGI 연합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KCGI 연합은 한진칼 지분 46.71%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경영권 탈환을 눈앞에 눈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변수가 생기자 KCGI는 법적 대응까지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CGI는 이날 이번 인수를 두고 "조원태 회장 외 모두가 피해자"라며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국민 혈세를 활용한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방어가 숨겨진 본질"이라고 비판했다.
인수 방식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산은은 인수를 지원하기 위해 한진칼 5000억원 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동시에 3000억원 규모 교환사채(EB)를 인수하기로 했다. 이는 본격적인 인수 절차가 시작되기 전인 올해 안에 빠르게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두고 KCGI는 "한진그룹이 보유한 빌딩 한두 개만 매각하거나 기존 주주의 증자로도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며 "기업결합신고 등의 절차가 시작되지 않은 상태에서 산은이 먼저 자금을 투입하는 사례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즉 내년 주총 전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무리하게 자금을 지원한다는 주장이다.
KCGI는 이번 인수는 부실을 떠넘기기 위한 졸속 매각이라며 "기존 우선협상대상자(HDC현대산업개발)도 확인하지 못한 추가 부실을 예상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6% 주주인 조원태 회장이 국민 혈세를 통해 10% 우호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는 결과를 낳을 뿐 다수 다른 주주를 희생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한항공 서울 서소문 본사. 사진/뉴시스
노조도 의견 대립…"최선의 선택 vs 고용불안 초래"
KCGI가 거세게 반발하는 가운데 대한항공 노조 사이에도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날 대한항공 조종사노동조합·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와 아시아나항공 3개 노조는 이번 인수로 고용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 가운데 이날 내부 또 다른 노조인 대한항공노동조합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대한항공노조는 이번 인수가 코로나19 상황 속 최선의 선택이었다며 "최우선 과제는 채권자와 주주 권익 보호가 아닌 고용안정"이라고 KCGI를 비판하기도 했다. 아울러 "더 이상의 간섭은 분란을 야기한다"고 경고했다.
다만 모든 노조가 고용 안정을 해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대한항공노조는 인수에는 찬성하지만 구조조정 등이 단행되면 투쟁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산은에 따르면 이번 인수로 인해 발생하는 중복 인력은 최대 1000여명으로 예상된다. 산은과 대한항공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규모 등을 고려할 때 구조조정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이 정부로부터 기간산업안정기금 2400억원을 지원받으면서 내년 4월 초까지는 고용의 90% 이상을 유지해야 해 이때까지는 큰 규모의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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