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원회 일정을 앞두고 여야의 신경전은 지속됐다. 여당은 윤 총장의 직무 복귀 이후 검찰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는 대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처리와 같은 검찰개혁 성과에 집중하는데 방점을 찍었다. 반면 야당에서는 윤 총장 징계 절차 중단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거듭 촉구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서는 윤 총장에 대한 비판 대신 검찰개혁 입법의 당위성을 거듭 강조하는 데 중점을 뒀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공수처법과 공정경제3법 등 개혁법안은 9일까지 처리하겠다. 민주당은 야당과이 협의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국민께서 부여한 책임여당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며 야당이 끝까지 반대하더라도 강행 처리할 것임을 시사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날 회의에서는 원내부대표인 박상혁 의원이 유일하게 공개 발언에서 윤 총장 비판에 나섰다. 박 의원은 윤 총장이 직무에 복귀하자마자 대검 감찰부의 위법성 조사와 월성 원전 수사에 나선 것에 대해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대한 명백한 정치수사를 재개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만이 국민의 검찰이 되기 위한 유일한 해법임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며 "공수처는 진정한 검찰개혁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검찰개혁'이라는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청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지지율이 하락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것과 관련해 "공수처법 지지부진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미온적 대처에 따른 지지층의 실망감의 표출"이라며 "지지층의 민주당 검찰개혁에 대한 채찍의 성격이 짙다"고 진단했다.
다만 민주당 일각에서는 검찰이 월성 원전 1호기 감사방해 의혹 등에 연루된 산업부 공무원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월성 1호기를 정치적 사건으로 확대시키겠다는 명백한 의도"라며 "국정 혼란과 국민 분열을 조장하는 정치수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야당에서는 '대통령 책임론'을 부각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원회의에서 "월성 원전 1호기 수사를 집권세력이 무마시키기 위해 윤 총장의 직무 정지라는 무리수를 둔 것 같다"며 "권력 수사에 절대 성역이 있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윤 총장 문제를 이 정도 시점에서 중단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서도 "요즘 정부 여당의 행패를 국민이 납득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떨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부동산 정책이니 세금이니 해서 국민 불만이 고조된 상황에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윤석열 총장에 대한 핍박이 국민에게 납득하기 어려운 그런 반응을 보이게 하지 않았나 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든 문제의 발단은 대통령인 만큼, 대통령께서 결자해지하라"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앞세운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요구는, 결론을 정해놓고 하는 '문재인식 마녀재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리얼미터는 TBS 의뢰로 지난달 30일부터 사흘간 전국 유권자 1508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물은 결과(신뢰 수준 95%, 오차범위 ±2.5%포인트) 국민의힘이 31.2%로 민주당(28.9%)을 역전했다고 이날 밝혔다.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6.4%포인트 떨어진 37.4%로 조사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편 여야 대표는 4일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할 예정이다. 공수처법과 국정원법 등 주요 입법 현안을 두고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추미애 장관과 윤석열 총장 간의 갈등 구도를 둘러싼 신경전도 예상된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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