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음악이라는 장르는 친숙하다. 매장에 들어가면 음악이 흘러 나오고 드라마 속에서도 OST로, 예능 BGM으로 너무 손쉽게 접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순간 음악은 대중에게 무관심한 영역이 되어 버렸다. 귀에 익은 음악이 누구 불렀는지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저 그 순간 흘러 가는 배경음악일 뿐이다. 아이돌 세계로 가면 무관심은 더 심해진다. 그룹명을 알더라도 멤버 개개인의 이름과 목소리를 기억하는 대중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JTBC 예능 프로그램 ‘싱어게인’이 무관심한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싱어게인’ 윤현준CP는 ‘싱어게인’ 기획 의도에 대해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이름이 각인되지 못하거나 사라지는 분들이 계셨는데, 저희는 아이러니하게도 이름을 숨기면 더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고 이들이 더 유명해지지 않을까 싶어서 이렇게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평범한 대중이라면 ‘싱어게인’에 등장하는 가수들의 이름을 쉽게 떠올리지 못한다. 특히 OST조, 슈가맨 조가 무대에 올라 대표곡을 부르면 그제야 ‘아’라는 탄식이 터져 나온다. 하지만 노래는 기억할지 언정 가수의 이름이 쉬이 떠오르지 않는다.
심사위원이라고 다르지 않다. 참가자가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유명 OST ‘We all lie’을 부르자 심사위원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는다. 너무나 귀에 익은 노래. 하지만 한 번도 그 가수에 대해 관심을 가져 보지지 않은 채 흘려 보낸 노래다. 안방에 앉아 ‘싱어게인’을 시청하는 시청자들 역시도 심사위원과 같은 표정을 짓게 된다.
‘싱어게인’을 보고 있으면 MBC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이 떠오른다. 두 프로그램의 이치는 같다. ‘복면가왕’이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는 인지도가 아닌 노래 실력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복면가왕’의 재미는 가면을 벗고 출연자의 정체가 공개된 순간 자신이 놓쳤던, 혹은 지금까지 몰랐던 실력의 가수를 새롭게 발견하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조명 받지 못한 아이돌 멤버, 래퍼, 혹은 숨은 실력자인 배우 등이 정체를 공개하면 시청자들은 놀라워하고 환호하고 즐거워하는 것이다.
‘싱어게인’ 역시 이런 예능적 재미를 갖췄다. ‘싱어게인’의 참가자는 자신의 이름이 아닌 번호로만 불린다. 그리고 노래는 떴는데 가수가 뜨지 못한 경우, 무명이지만 탄탄한 실력을 갖춘 가수 등 남다른 실력을 갖춘 가수들이 무대를 펼친다. 그렇기 때문일까. ‘싱어게인’이 방송되는 날이면 각종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는 ‘싱어게인’ 번호가 상위권에 오른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자연스럽게 해당 가수가 누구인지 찾아보는 수고를 사서 한다.
이러한 예능적 재미 덕분에 ‘싱어게인’은 지난달 16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전국 집계 기준 3.2%로 시작해 지난 12월7일 방송분이 6.9%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첫 방송보다 2배에 가까운 수치다. 그리고 다음 방송이 기대가 될 만큼 궁금함을 자극한다. 그 덕분에 시청자들의 충성도 또한 높다.
보통 오디션은 악마의 편집으로 시청자들을 낚시질 한다. 사연 팔이와 악마의 편집으로 자극적인 맛이 한가득이다. 하지만 ‘싱어게인’은 1라운드에서 사연팔이를 하지 않아도 가수들의 실력으로, 그리고 우리의 무신경함을 일깨워 재미를 선사했다. 2라운드는 빠른 진행, 착한 편집이 눈에 띈다. 흔히 오디션 프로그램은 심사위원이 결과 발표를 두고 고민을 하는 모습으로 시간을 끈다. 하지만 ‘싱어게인’은 간결한 편집으로 바로 바로 결과 발표를 한다. 또한 참가자들의 실수를 반복하는 편집도, 팀을 이룬 미션에서 벌어진 갈등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기에 ‘싱어게인’은 별종인 셈이다. 숱하게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당연한 듯한 공식을 모두 버렸기 때문이다. 이러한 면모들이 되려 시청자들을 오디션 본질에 집중하게 만들어 충성도 높은 시청자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싱어게인 유희열, 이선희, 김이나, 이승기, 규현, 선미, 이해리, 송민호. 사진/JTBC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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