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셀트리온 3형제의 주가 등락으로 오전에만 8조원이 넘는 돈이 출렁였다. 셀트리온 여객선에 올라탄 승객들은 멀미가 날 지경이다.
이같은 변동성은 JP모건의 매도 보고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JP모건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적정가를 지금보다 훨씬 낮게 제시한 반면 셀트리온 3사의 주주들은 숏커버링 위기에 몰린 공매도 세력을 의심하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셀트리온(068270)과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
셀트리온제약(068760)의 주가가 크게 출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셀트리온은 이날 아침 전일보다 2000원 오른 35만2000원에서 거래를 시작한 후 15분경 36만4500원까지 올랐으나 곧바로 하락세로 돌아서 34분쯤엔 32만7000원(-6.57%)을 찍었다. 이후 다시 반등세로 돌아섰고 현재 강보합권까지 올라온 상태다.
코스닥 대장주 셀트리온헬스케어도 똑같은 흐름을 보였다. 거래 시작과 함께 4분만에 이날 고가인 15만4800원(+8.18%)까지 뛰었으나 곧바로 –3.14% 선인 13만8600원까지 추락, 현재 강보합권에서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셀트리온제약은 상단 +4.94%, -4.99%의 등락률을 기록한 후 보합권에서 공방 중이다.
당연히 시가총액도 이들의 주가 흐름에 맞춰 변했다. 세 종목의 장중 고점과 저점의 시총 변동폭은 무려 8조2487억원에 달한다. 코스닥 시총 2위에 올라 있는 셀트리온제약 한 종목이 통째로 나타났다가 사라진 것보다 더 큰 금액이 움직인 것이다. 이 또한 이날 오전의 변동폭일 뿐 최근 3사의 고점 대비로는 17조원이 움직인 것이었다.
이날 셀트리온 3사의 급격한 주가 변화는 하루 전의 급락에서 이어진 여진이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JP모건은 ‘한국 2021년 전망’ 보고서를 내면서 여기에 투자를 피해야 할(Avoid) 종목으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한화생명, 삼성중공업을 꼽았다.
JP모건은 수익성 악화를 근거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목표가를 각각 21만원, 7만8000원으로 제시했다. 셀트리온은 고점의 절반 수준, 셀트리온헬스케어는 현재가의 절반도 안 되는 주가다.
JP모건은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 기대감이 크지만, 유럽과 미국 내 바이오시밀러 점유율 하락과 유통사의 재고증가로 셀트리온의 내년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셀트리온이 생산한 바이오시밀러 의약품을 유통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해서는 △재고 증가 △ 점유율 하락 △약가 인하 압력 △운영비 증가 부담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에 12월 들어 셀트리온을 순매수하던 외국인 투자자가 8일에만 37만주 이상을 시장에 매물로 던지며 주가 하락을 이끌었다. 기관도 4만주 이상 동반 매도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경우 외국인은 7일과 8일에 64만주를 매도했다.
셀트리온 3사의 주가가 JP모건의 매도 보고서 때문에 크게 출렁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18일 대한민국 바이오산업에서 바이오산업 투자계획 발표를 하고 있는 서정진 회장. <사진/ 뉴시스>
하지만 국내 증권사들 중에서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해 매도나 중립 의견을 낸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증권사들은 지난 11월에 집중적으로 보고서를 냈다. 대부분 내년 전망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메리츠증권은 셀트리온AP와 진단키트 수출로 사업 다각화를 통한 외형성장이 기대된다며 셀트리온의 내년 영업이익을 9870억원으로 예상하고, 적정가를 37만원으로 제시했다. 당시 주가는 29만원이었는데 한 달만에 이 가격을 넘어섰다. 비슷한 시기 하나금융투자는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목표가를 14만원으로 잡았다. 이것도 이미 달성했다. 아직 적정가를 높인 보고서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JP모건의 이번 매도 보고서를 의심하고 있다. 공매도 세력의 숏커버링을 위한 작업으로 보는 것이다. 숏커버링이란 공매도한 종목의 주가가 예측과 다르게 계속 오를 경우 손실을 줄이기 위해 주식을 매수해 되갚는 것을 말한다.
한국거래소가 집계하는 공매도 통계에 따르면, 4일 현재 셀트리온의 공매도 잔고는 27조원에 달한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경우는 3823억원이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 주가 상승과 함께 공매도 수량이 감소했다는 부분이다. 4일 셀트리온의 공매도 잔고 수량은 전일보다 36만주 감소했다. 공매도한 주식 36만주를 갚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날 주가가 8.26%나 급등하는 바람에 금액 기준 잔고는 오히려 증가했다. 공매도 세력의 숏커버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투자자들은 JP모건이 지난 9월에도 매도 보고서를 낸 후에 공매도 잔고에 변화가 있었다는 점을 의심의 근거로 들고 있다. 당시 셀트리온은 이 보고서를 반박하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같은 의심이 합리적인지는 이번주 공매도 일일 현황이 집계돼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JP모건의 진의와는 상관없이 최근 셀트리온 3형제의 주가 급등으로 증권사들의 내년 목표가를 이미 넘어섰다는 점은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내년 3월까지 공매도가 금지돼 있어 숏커버링이 증가해 주가를 올려주길 바라는 분위기다.
여러 모로 관전할 포인트가 많은 반면 신규 투자자가 매수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것은 분명해 보인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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