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수정 기자] 식재료 가격 급등의 구조적 원인으로 불합리한 유통 구조와 과도한 마진이 지목되면서, 정부는 'K-농정협의체'를 중심으로 유통 개혁에 착수했습니다. 환율·유가 등 외부 변수보다 내부 비효율 해소에 방점을 찍은 겁니다. 다만 과거에도 유사한 시도가 반복된 만큼, 관리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생산자 권익까지 담보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8일 통계청과 농산물유통정보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주요 식재료 가격은 두 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지난해 12월 기준 배추 한 포기 가격은 4230원으로 약 10년 전인 2016년 1월(2450원)보다 76.3% 올랐습니다. 양파 가격도 2100원에서 3250원으로 54.8%, 고등어는 3200원에서 5400원으로 68.8%, 삼겹살(100g)은 1850원에서 2750원으로 48.6%씩 가격이 상승했습니다. 원재료인 밀가루와 설탕 가격은 1kg당 각각 1210원에서 1810원, 1580원에서 2410원으로 뛰며 50% 이상 올랐습니다.
한끼 1만2000원 시대…김밥 한줄 4000원, 짜장면 8000원
외식 가격도 크게 올랐습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지역 김밥 한 줄 평균 가격은 3723원으로 10년 전인 2016년 1월(2100원)과 비교해 77.3% 치솟았습니다. 서민 음식의 대명사였던 짜장면은 4600원에서 7654원으로 66.4%, 냉면 한 그릇은 8000원에서 1만2423원으로 55.3% 상승했습니다. 삼계탕은 한 그릇에 1만3500원에서 1만8000원, 비빔밥은 7800원에서 1만1577원, 김치찌개백반은 5800원에서 8577원까지 50%에 육박하는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점심값으로 1만2000원을 써야 하는 시대가 된 겁니다.
두 데이터를 종합하면 원재료 가격 상승분이 외식 물가로 과도하게 전가되고 있는 구조가 드러납니다. 밀가루·설탕 등 주요 원재료가 약 50% 오르는 동안, 김밥·짜장면·냉면 등 대표 외식 메뉴 가격은 평균 70% 안팎 상승하며 인상 폭이 더 컸습니다. 단순 원가 상승을 넘어, 유통·외식 단계에서의 마진 확대와 비용 전가 관행이 누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특히 올해는 식료품 및 외식 물가 상승률이 작년(3.2%) 수준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전체 소비자물가가 2% 중반대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고환율로 인해 기본 식재료 가격 상승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가격 상승까지 더해져, 우리가 실제로 느끼는 식비 부담은 가중될 것이란 분석입니다.
산지-소비자 가격 차 50%…정부, '온라인 도매시장'으로 기득권 깬다
정부는 식품 가격 상승의 근본 원인을 수십 년간 고착된 경매 중심 오프라인 유통 체계에서 찾고, 다단계 유통 과정에서 누적되는 마진과 정보 비대칭을 해소해, 산지 가격은 보전하면서 소비자 부담은 낮추겠다고 밝혔습니다.
우선 산지와 유통업체·외식업체를 직접 연결하는 디지털 거래 플랫폼을 구축해 거래 투명성을 높이고 가격 형성 과정을 공개하겠다고 했습니다. 또한 비용 효율화를 위해 스마트 APC(산지유통센터)를 100개소까지 확충해 유통 단계를 5~6단계에서 2~3단계로 대폭 줄인다는 계획입니다. 효율화가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약 10%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가 기대됩니다.
한 소비자가 대형마트에서 축산물을 구매하고 있다. (사진=이혜지 기자)
정부는 축산물 분야부터 온라인 경매 확대와 수급 연동형 유통 체계를 통한 가격 왜곡 해소에도 나섰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3일 한우 유통비를 10% 낮추고, 계란 표준거래 도입과 가격 공개를 통해 거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아울러 설탕·밀가루 가격 급등과 관련해 담합 의혹을 집중 점검하며 불공정 행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를 높이고 있습니다.
다만 과거 정부에서도 유통 구조 개선을 위한 유사한 시도가 반복돼온 만큼, 단순한 거래 방식 전환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유통 단계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농가·축산 농가의 소득 안정과 교섭력 강화까지 함께 담보하지 못할 경우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 박근혜정부도 다단계 유통 구조로 인한 과도한 마진을 겨냥한 규제 정책을 폈지만 기존 도매시장과 중간 유통 주체의 반발, 농가 소득 안정 장치 미흡으로 한계를 넘지 못했습니다.
이윤수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단순히 단계를 줄이는 것은 과거 정부의 실패를 답습하는 것일 뿐"이라며 "소비자물가를 낮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인 구조 문제 해결을 위해선 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가 돌아가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은행 등 조사기관에 따르면 우리 유통 구조는 영세한 생산농가에 비해 도매업체나 소매업체의 시장지배력이 큰 상황입니다.
원재료 담합에 대한 대응 수위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종우 아주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는 "농산물 등 원재료 유통 구조 개혁은 사실 수년 전부터 문제로 꼽힌 것"이라며 "다만 시간이 걸리는 일이기 때문에 장기 계획이 필요한 반면, 대기업의 독점 구조는 정부가 불공정을 과감히 대응하고 새로운 업체들이 공정하게 유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수정 기자 lsj598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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