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올해부터 황산화물(SOx) 배출규제가 시행된 가운데 대응방안 중 배기가스 세정장치인 스크러버의 존재감이 뚜렷하다. 아직 업계는 대체연료인 저유황유에 대한 품질 우려가 완벽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9일 영국 발틱국제해운거래소 BIMCO 및 외신에 따르면 올해 인도된 벌크선 중 스크러버 장착 비중이 47%에 달한다. 스크러버가 장착된 벌크선은 8만DWT(재화중량톤)급 파나막스 선형이 가장 많았다. 150척 중 무려 81척에 스크러버가 설치됐다.
선사들은 올 1월1일부터 강제화된 황산화물 배출규제를 대응하기 위해 2년전부터 스크러버 장착에 속도를 냈다. HMM은 9월말 기준 컨테이너선대 73만TEU 중 63만TEU에 스크러버를 장착, 79.1%의 설치율을 보이고 있다. 오는 2021년 인도받는 1만6000TEU급 8척에도 스크러버가 설치될 예정으로 설치율은 82.2%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HMM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에 장착된 배기가스 스크러버 세정장치. 사진/파나시아
스크러버 설치는 세계적인 추세다.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7월 2000DWT급 이상 신조선 2731척의 스크러버 설치율은 19%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현존선 설치율은 6.9%다. 이는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2018년 낸 2020년 스크러버 설치 전망치 4%, 2025년 18%보다 높은 수준이다.
스크러버를 설치하면 초기 투자비용이 들지만 용선료를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BIMCO는 스크러버를 설치한 케이프 사이즈 벌크선은 설치하지 않은 선박보다 일일 용선료 수입이 약 27% 높다고 평가했다.
또 스크러버를 설치하면 기존 선박연료 고유황유(IFO 380)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8일 기준 저유황유(VLSFO) 가격은 톤당 384.5달러로 310.5달러인 고유황유보다 24% 높다. 연초에 비해 격차가 크게 줄었지만 선사는 좀 더 값싼 연료를 사용하려는 것이다.
저유황유의 품질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도 스크러버 설치율을 높이는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저유황유는 아직 품질에 대한 국제적인 기준이 없다. 제조사마다 생산 방식과 품질이 상이하기 때문에 선사는 여전히 품질에 대한 불안감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선주는 저유황유를 사용하면 운항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며 "스크러버를 사용하면 연료유의 변화가 없으니 안전성에서 유리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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