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반도체 황금기)②업계는 '쌓기 대결'중…초격차 기술·투자 경쟁 치열
삼성전자·하이닉스·마이크론, 3D 낸드플래시 시장 '쌓기 경쟁'
파운드리 시장도 적층 바람…삼성·TSMC, 애플 놓고 주도권 싸움
2020-12-15 06:03:00 2020-12-15 06:03:00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내년도 메모리반도체와 파운드리 시장 전망이 밝은 가운데 국내외 반도체 업체들의 투자·기술 경쟁에도 한층 속도가 붙었다. 막대한 돈을 실탄 삼아 반도체를 여러 겹으로 쌓는 '적층 기술' 초격차를 위한 뜨거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외 반도체 기업들은 연구·개발(R&D)과 설비 투자에 천문학적인 돈을 쓰고 있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005930)의 올해 3분기 누적 R&D 투자 비용은 역대 최고 수준인 15조897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5조3000억원)를 크게 앞질렀다. 시설 투자의 경우에도 올해 3분기까지 25조5000억원을 집행했는데 이는 지난해 동기(16조8000억원)보다 약 8조7000억원 더 많은 수준이다. 
 
SK하이닉스(000660)도 올해 역대 최대 규모로 R&D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설비 투자는 지난해보다 줄었으나 올해 3분기 누적 R&D 투자 비용은 2조628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2조3281억원)보다 3000억원 증가했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 1위 대만의 TSMC는 지난달 151억달러(약 16조5000억원) 규모의 설비 투자 계획을 밝혔다.
 
업체들의 투자액은 고스란히 자사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쓰이고 있다. 최근 3D 낸드플래시 시장은 특히 적층 경쟁이 벌어지며 투자가 활발하다. 적층은 회로를 수직으로 쌓아 올려 데이터 용량을 늘리는 기술로 낸드 경쟁력 강화의 핵심이다. 낸드 시장 5위 업체인 마이크론이 지난달 업계 최초로 176단 3D 낸드플래시 개발 소식을 밝히자 128단 낸드를 납품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낸드 점유율 1위는 삼성전자(33.1%)였고 키옥시아(21.4%), 웨스턴디지털(14.3%), SK하이닉스(11.3%), 마이크론(10.5%)순이었다.
 
SK하이닉스는 이달 곧바로 176단 4D 낸드플래시 개발을 알렸다. 앞으로 176단 4D 낸드 기반으로 용량을 2배 높인 1Tb(테라비트) 제품을 연속적으로 개발해 낸드플래시 사업 경쟁력을 높여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미 SK하이닉스는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을 10조3000억원에 인수하며 D램에 이어 낸드까지 메모리 반도체 분야 세계 2위를 공고히 하려 한다.
 
기존 시스템반도체의 평면 설계(왼쪽)과 삼성전자의 3차원 적층 기술 '엑스큐브'를 적용한 시스템반도체의 설계.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국내외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열린 '삼성전자 2020 인베스터스 포럼'에서 내년 양산을 목표로 128단을 넘어서 7세대 낸드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한진만 메모리사업부 마케팅팀 전무는 "차세대 V낸드에 '투 스택'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라며 "현 6세대 V낸드는 '싱글 스택'이 적용돼 128단을 쌓는데 투 스택 기술을 적용할 경우 단순 계산으로 256단을 적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TSMC와 삼성전자가 양분하고 있는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경쟁도 기존 초미세공정에서 패키징으로 확대되며 더 치열해지고 있다. 후공정에 속하는 패키징은 반도체를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적층 기술이다. 과거 파운드리 업체들은 반도체 원판인 실리콘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전공정에 매진했으나 2015년 TSMC가 세계 최초로 팬아웃 패키징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영역 파괴가 벌어졌다. 이전까지 애플 아이폰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물량 일부를 가져왔던 삼성전자는 후공정 미비로 이후 TSMC의 애플 물량 독식을 지켜봐야 했고 기술 개발에 매진했다.
 
삼성전자는 8월 업계 최초로 7나노 극자외선(EUV) 시스템반도체에 3차원 적층 패키징 기술인 엑스큐브를 적용한 테스트칩 생산에 성공했다. 엑스큐브는 전공정을 마친 웨이퍼 상태인 여러 개의 칩을 위로 얇게 하나의 반도체로 만드는 패키징 기술이다. 삼성은 이에 더 나아가 앞으로 전력효율을 더욱 높일 수 있는 GAAFET·MBCFET 등 미세공정과 생산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패키지 기술을 고객에 제공할 방침이다. 최근 TSMC는 여전히 패키징 분야에 상당한 투자와 함께 삼성전자의 엑스큐브와 비슷한 3D SoIC란 기술 도입을 시사하며 삼성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4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5.6%, 삼성전자는 16.4%로 추정된다. 
 
이신두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최근 파운드리 시장이 전·후공정을 모두 강화하는 것은 판매 시 부가가치가 당연히 이전보다 높아지기 때문"이라며 "가령 이전에는 제공받았던 디스플레이 패널 자체를 직접 만들어낸다면 가치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산업마다 똑같은 제품을 대량으로 찍어내는 양산의 시대는 지났고 다양화·다품종이 중요시해지고 있다"며 "파운드리 등 반도체 시장도 이러한 흐름에 맞춰 발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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