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청년 모두 감염시켜라” 트럼프 행정부 ‘집단면역’ 시도
미 보건복지부 고문-대변인 이메일 입수…"어린이 감염시키고 노인 통제"
2020-12-17 14:37:53 2020-12-17 14:37:53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명한 미 보건복지부의 고위 관리가 유아·어린이·청소년을 대상으로 집단 감염을 시도했었다고 CNBC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매체는 민주당 소속 연방 하원의원들이 폴 알렉산더 전 보건복지부(HHS) 과학고문과 마이클 카푸토 전 보건복지부 대변인의 이메일을 입수했다며 근거를 제시했다.
 
미국 뉴욕의 뉴욕주립대학(NYU) 랭건의료센터 응급실 밖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의료진이 코로나19 감염 환자를 돌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CNBC에 따르면 알렉산더 전 고문은 지난 7월 4일 카푸토 전 대변인과 다른 6명 보건부 관계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미국은 고위험자가 아닌 집단들의 바이러스 노출을 허용해 집단 면역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아와 어린이, 청소년, 젊은 성인들을 포함해 질환이 없는 중년층 등은 (코로나19 감염에) 위험이 전혀 없다”며 “우리는 그들을 감염시키고 회복시켜 항체를 갖게 하길 원한다. 집단(면역)을 개발하길 원한다”고 했다. 수많은 미국인들을 코로나19에 감염시켜 집단면역을 얻자는 제안이다.
 
알렉산더 전 고문의 이메일 이후 카푸토 전 대변인은 7월 24일 다른 보건부 관계자에게 이메일로 자연 면역을 얻기 위해서는 “아이들과 젊은 세대에게 (바이러스를) 노출하고 대량 개방해 고령자와 위험군을 통제하는 것이 최선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집단면역은 집단 내 구성원 상당수가 전염병에 대한 면역을 갖게 되면 그 집단 전체가 면역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다. 보통 집단의 60% 이상이 전염병에 면역력을 갖춰야하는데 이를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일단 감염돼야하기 때문에 위험성도 높다. 
 
앞서 집단면역을 시도했던 스웨덴의 경우 수많은 노인들이 사망하면서 집단면역의 실패를 인정하고 폐쇄 조치에 들어간바 있다. 스웨덴은 바이러스가 확대되는 동안 식당·카페 등의 자유로운 영업을 허용하고, 유럽 각국에서 시행됐던 이동 금지령도 거부하며 집단면역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편 미국 집단면역을 주장했던 알렉산더 전 고문은 지난 9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집단면역과 마스크 무용론을 주장했던 스콧 애틀러스 특별 의학고문도 12월 백악관 코로나19 TF에서 사임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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