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유조선을 나포하면서 해운업계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정부가 사태 해결을 위해 이란으로 실무 대표단을 파견한 가운데 억류가 길어지면 선사들의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6일 한국해운협회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한국 선박 수는 연간 약 190척으로, 같은 선박이 여러번 통과하기 때문에 횟수는 약 1700여회로 파악된다. 정부는 하루 평균 6척의 국내 선박이 이 해협을 통과하는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중동 지역 특성상 컨테이너선보다는 유조선이나 벌크선 출입이 잦은 것으로 전해졌다.
호즈무즈 해협은 이란과 아라비아 반도 사이에 있는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통과하는 좁은 해상 통로다. 전 세계 원유의 20%가 이곳을 통과하며 한국으로 향하는 원유는 무려 70%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난다. 이렇듯 원유 운송의 요충지이기 때문에 만약 이 해협에 위험 요소가 발생하면 국제유가가 크게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이번 한국 선박 억류로 인한 선사들의 보험료도 인상 우려도 커진다. 선사들은 위험 지역을 항해할 때 별도의 보험료를 내는데 호르무즈 해협 또한 미국과 이란 갈등의 영향을 받는 곳이라 위험 지역으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2019년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 피격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이 구간 선박 보험료가 최대 3배 가까이 오르기도 했다.
이란이 한국 선박 한국케미호를 억류하면서 해운업계 긴장감이 커진다. 사진은 부산 해운대구 한국케미호 선박관리선사인 타이쿤쉽핑 사무실에 걸려 있는 한국케미호. 사진/뉴시스
유가와 보험료가 오르면 운임 상승이 불가피하고 이에 따라 물동량이 감소할 수 있다. 가격 경쟁력을 위해 운임을 높이지 않으면 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해운사의 몫이 된다.
다행히 아직까진 비용 인상 조짐은 없다. 이날 국제유가가 오르긴 했지만 이란의 한국 선박 억류보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자발적 감산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보험료 인상 소식도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운임이 상승하면 물동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지만 최근에는 수요가 넘쳐서 이전보다 타격이 크진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만 중동 지역을 많이 통과하는 벌크선사들의 경우 사태를 주시하고는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호르무즈 해협 항해 선박들의 안전이 우려되자 하루 6시간 간격으로 했던 위치 확인을 1시간으로 줄이고 하루 1번 선박과 위성 통화를 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