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국가기관에 방역 마스크 납품을 제때 못한 업체의 입찰 참가자격 제한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안종화)는 지난달 18일 A업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낸 입찰 참가자격 제한 처분 취소 소송에서 "계약의 대부분을 이행하지 못한 책임은 결국 원고에게 있으므로, 원고에 대한 제재의 필요성을 부정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A사는 지난해 3월 9일까지 선관위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4·15총선)에 필요한 방진 마스크를 공급하기로 수의계약했다. 예정된 공급량은 41만4200개였다. 하지만 실제 공급량은 4000개에 불과했다. 선관위는 4월 A사를 구 국가계약법상 '부정당업자'로 판단하고 계약 해지를 통지했다. 6월에는 입찰 참가자격 제한처분도 내렸다. 처분 기간은 3달이었다. 보증금 7869만8000원에 대한 국고 환수도 통보했다.
이에 A사는 선관위와 수의계약 했으므로 부정당업자에 해당하지 않고, 계약 불이행 이유가 정당했다며 소를 제기했다. 물품 대금의 30%를 받은 B사가 예정대로 마스크를 공급하지 않아 다른 경로를 알아봤지만, 정부의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으로 제품 품귀 현상이 발생해 제때 납품을 못했다고 주장했다.
A사는 선관위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는 주장도 폈다. B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지만 승소해도 B사에 자력이 없어 손해가 여전하고, 그간 관공서에 채무불이행을 하지 않은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재판부는 A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선 소송의 발단이 된 보증금 국고 환수 통보는 사전통지여서 구체적인 법집행인 확정적 처분으로 볼 수 없다고 봤다. 구 국가계약법상 국가기관과의 공공계약은 본질적으로 사인 간 대등한 계약과 마찬가지이고, 선관위는 사법상 권리행사를 했다는 판단이다.
또 재판부는 A사가 미숙하고 안일하게 업무를 처리해 채무불이행 이유가 정당하지 않다고 했다. 특히 A사가 선관위 납품일을 넘긴 날짜에 B사와 제품 공급 계약을 맺은 점을 문제 삼았다. A사가 B사로부터 마스크 공급을 받기로 계약한 날짜는 지난해 3월 13일이었다. 납품 기한은 같은달 16~18일로 잡았다. 하지만 애초 A사가 선관위에 제품 공급을 약속한 날짜는 3월 9일이었다. A사가 물품 공급을 제대로 받았어도 선관위에 마스크를 제때 납품 못 할 상황이었다.
재판부는 "B사와 연락을 취하는 행위, 원래 납품하기로 한 수량 합계 41만4200개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한 4000개의 방진마스크를 확보하는 행위 외에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며 "원고는 스스로 선관위에 물품을 확보하고 있는 상태임을 장담하였으나, 이 사건 각 계약이 이행될 수 있도록 하는 어떠한 조치도 적절히 취하지는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찰참가제한은 국가가 입을 불이익을 방지하므로 선관위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는 주장 역시 이유 없다고 봤다.
서울행정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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