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국내 증시에 상장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상장지수펀드가 코스피 상승률에도 뒤지지 않는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최근 주가가 급등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화학 등 대형주 투자 비중이 높았기 때문이다. 다만 ESG펀드의 투자 비중을 보면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쏠려 있어 일반주식형 펀드와 다를 게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ESG 관련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국내 ETF 7개 중 5개 상품의 6개월 수익률(20일 종가 기준)이 45%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은 46%다. 설정액도 1년 새 크게 늘었다. ESG ETF의 설정액은 지난 2019년 말 756억원에서 지난해 말 1701억원으로 125% 증가했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ESG펀드는 전반적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형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타이거 MSCI KOREA ESG 유니버설 ETF'의 경우 삼성전자 비중이 33%에 달했고, SK하이닉스(7.45%), 삼성전자우(4.97%), 삼성SDI(3.39%), NAVER(3.17%)가 뒤를 이었다.
'KBSTAR ESG사회책임투자 ETF'의 투자 비중 역시 삼성전자(30%)에 쏠려있다. SK하이닉스(13.08%), NAVER(6.98%),
현대차(005380)(6.53%) 순으로 비중이 컸다. 'KODEX 200ESG ETF' 역시 삼성전자(28.86%), SK하이닉스(8.03%), LG화학(5.03%) 등의 비중이 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투자 비중이 적은 'ARIRANG ESG 우수기업 ETF'는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저조하다. 이 상품은 카카오(4.45%)와 이마트(4.29%), 삼성전자(4.13%), SK텔레콤(3.98%) 등 50개 종목에 골고루 투자하고 있다.
연말 연초 이들 대형주 주가가 치솟으면서 펀드 수익률도 높게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ESG주식형 펀드와 일반주식형 펀드의 포트폴리오상 차별화가 크지 않은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대기업일수록 연구개발(R&D)나 사회공헌력 방면에서 투자 규모가 크기 때문에 시가총액 상위종목에 편중된 것이다.
ESG 평가등급에 따른 투자 기준에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상품의 경우 B등급 이하나 평가등급을 내기 어려운 종목에 투자 비중을 높게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ESG 펀드 투자에 앞서 '그린워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그린워싱이란 기업들이 실질적인 친환경과는 거리가 있지만 녹색경영을 표방하는 것처럼 홍보하는 것이다. 김후정 연구원은 "현재 ESG ETF과 일반 ETF의 차이가 크지 않은 이유는 해외에 비해 관련 산업에 기업군이 많지 않고 특화 중소기업도 적기 때문"이라며 "매니저의 의지 문제이기보단 관련 산업이 더 발전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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