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22일 '인권 친화적인 국가기관'을 강조하면서 "국민 앞에서 결코 오만한 권력이 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30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김진욱 처장은 "공수처의 역사를 시작하는 초대 공수처장으로서 국민 앞에 무한한 책임감을 느끼며, 공수처의 권한 역시 국민께 받은 것이니 국민께 되돌려 드릴 방안을 심사숙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수처의 권한이 주권자인 국민께 받은 것이라면 그 권한을 받은 공수처는 당연히 이러한 사실을 항상 기억하고 되새기며 권한 행사를 해야 할 것"이라며 "저는 이러한 권한 행사를 성찰적 권한 행사라 부르고자 한다. 성찰적 권한 행사라면 권한을 맡겨주신 국민 앞에서 항상 겸손하게 자신의 권한을 절제하며 행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수사와 기소란 중요한 결정을 하기에 앞서서 이러한 결정이 주권자인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결정인지, 헌법과 법, 그리고 양심에 따른 결정인지 항상 되돌아보게 될 것"이라며 "그리고 주권자인 국민 앞에서 결코 오만한 권력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아울러 "공수처가 자기 성찰적인 권한 행사를 한다면 당연히 국민 친화적인, 인권 친화적인 국가기관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이를 통해 국민 여러분의 마음과 신뢰를 얻을 수 있게 되리라 믿는다"며 "또 이를 통해 공수처가 우리 헌정질서 속에 단단히 뿌리를 내릴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부연했다.
김 처장은 이날 임명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한 공수처의 중립성과 독립성도 거론했다. 이에 대해 "공수처가 국민의 신뢰를 받는 인권 친화적 수사기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국민이 염원하시는 공정한 수사를 실천하는 수사기구로 태어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를 위해 먼저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철저히 지키고,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성역 없이 수사함으로써 공정한 수사를 실천해야 할 것"이라며 "수사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 독립성은 세발자전거의 세 발처럼 혼연일체가 돼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누구도 법 위에 존재할 수 없다는 법 앞에 평등과 법의 지배의 원리를 구현하고, 여당 편도 아니고 야당 편도 아닌 오로지 국민 편만 드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수사와 기소라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처장은 "헌법상 적법절차원칙을 준수하며 인권 친화적인 수사를 하면서 다른 수사기관과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견제할 것은 견제하는 관계를 구축하겠다"고도 다짐했다.
이에 대해 "공수처가 새로운 수사기관으로 출범하면서 기존의 수사기관들과 갈등을 빚고, 나라의 반부패수사 역량이 오히려 저하될 것이라 우려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새로 출범하는 공수처와 검찰·경찰이 서로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서로 견제할 것은 견제한다면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선의의 경쟁을 하는 상생 관계가 되리라 확신한다"고 설명했다.
김 처장은 앞으로 공수처 조직 구성과 관련해서는 "공정하고 투명한 채용 절차를 마련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양한 경력과 배경을 가진 인재들을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채용함으로써 공수처를 활력 있는 조직, 일하고 싶은 조직으로 만들겠다"며 "또한 외부위원들이 참여하는 투명한 면접시험 등의 절차를 통해 출신과 배경에 관계없이 사명감과 능력과 자질을 갖춘 인재들을 공수처의 검사와 수사관, 직원으로 선발하겠다"고 언급했다.
김 처장은 "공수처가 오늘부터 걸어가는 여정은 우리 헌정사가 지금껏 가보지 않은 길"이라며 "저는 공수처가 앞으로 가는 길에 수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다 하더라도 지난 5000년의 고난의 역사를 견디고 이겨온 우리 한국인들의 지혜와 용기를 발휘한다면 자유롭고 평등하며 공정한 사회란 우리 모두가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저는 누구도 가지 않았던 이 길에 도전하면서 국민의 눈높이에서 국민과 소통하며, 국민과 함께 이 길을 걸어가고자 한다"며 "그렇게 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국민 여러분께서 부여해 주신 공수처의 권한을 국민 여러분께 되돌려 드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진리는 반드시 따르는 자가 있고 정의와 공정은 반드시 이뤄지는 날이 있다'는 도산 안창호 선생의 말을 인용하면서 취임사를 마무리했다. 이어 "대한민국 국민의 진정성과 저력을 믿는 저는 그런 좋은 날, 우리 역사의 봄날이 오리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21대 국회에서 공수처장 후보 추천과 대통령 임명 절차를 거쳐 이날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공수처 출범과 관련된 행사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김 처장의 취임식과 현판 제막식만으로 간소화했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21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선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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