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카드 수수료 인하가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이미 영세·중소 가맹점이 받는 세액공제 혜택까지 고려하면 0% 수수료가 적용되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정치권에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실익보다는 정치적 셈법을 의식하는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카드업계에서 수수료 추가 인하 시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카드 수수료 재산정을 앞두고 정치적인 셈법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뉴시스
26일 금융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체 가맹점 가운데 96%인 270만여개 가맹점은 우대 수수료율이 적용되고 있다. 모든 매출이 신용카드로 발생할 경우 연매출액별 우대 수수료율은 △3억원 이하 0.8% △3억~5억원 1.3% △5억~10억원 1.4% △10억~30억원 1.6% 등이다.
무엇보다 업계에선 카드 수수료를 더 내리더라도 우대 가맹점의 실익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세액공제까지 더하면 현재도 사실상 수수료를 지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연매출 5억원 이하 가맹점의 실질 수수료율은 0%다. 5억 초과~10억원 미만 범주해당하는 중소가맹점의 경우에도 1.3%의 세액공제를 포함하면 실질 수수료율은 0.1~0.4% 수준이다. 1년에 5억원의 매출고를 올려도 가맹점이 부담하는 카드 수수료는 50만원에 불과한 셈이다.
카드업계에서는 영세·중소 가맹점이 지출하는 카드 수수료 자체가 지금도 원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카드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정치권의 목소리는 거세다. 야당에서는 법안까지 냈다.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은 중소가맹점을 대상으로 1만원 이하 소액카드결제에 대해 카드 수수료를 면제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전통시장 내 가맹점은 매출과 관계 없이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업계에선 이런 움직을 두고 정치적인 표심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한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미 중소 가맹점은 원가 이하의 수수료가 적용돼 추가 인하에 대한 실효성이 크지 않다"며 "고객보다 결집력이 높은 가맹점주를 겨냥한 포퓰리즘적 성격이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카드사들은 카드 수수료 인하가 가맹점 매출을 더 감소시키는 악순환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수수료 수익이 감소한 카드사들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카드 혜택을 줄이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 혜택이 줄어들면 연쇄적으로 고객들은 구매 의향이 감소하고, 그 피해는 다시 가맹점으로 이어진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가 감소하면 카드사들은 수익 악화를 막기 위해 소비자 혜택을 줄이고 그 여파로 소비자들은 구매력이 하락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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