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 명예훼손과 무고 혐의로 기소된 정봉주 전 국회의원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오석준)는 27일 무고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 전 의원에 대해 "(유죄라고 볼) 자료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며 원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에 따른다면, 피해자 입장에서 볼 때는 피고인의 당시 행위가 실패한 추행 행위"라며 "다만 객관적인 행위가 법률적인 평가로 성추행으로 명확히 단정지을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그 문제 될 소지가 있는 행위를 한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범죄사실(명예훼손) 당시에 피고인이 과거 그런 행위에 대해 명확히 단정되지 않은 행위가 있음에도 허위로 기억에 반하는 언동을 했는지가 쟁점"이라고 짚었다.
또 "최종적으로 피고인이 문제 있던 장소에서 카드 결제 내역을 확인하고 고소를 취하한 것으로 귀결됐다"며 "최초 보도 이후 한동안 일시와 장소, 행위태양 이런 면에서 사후에 밝혀진 사실과 다른 부분이 적잖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반박 기자회견) 당시 본인 기억에 반하는 허위성을 인식하고 있었는지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당시 성추행 한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언론 보도 내용 중 해당 일시나 장소, 행위태양이 불명확하다는 점을 이용해 본인에 대한 의혹 제기 사항을 모면할 수 있다고 보고 회견을 하다가 고소 후에 내역이 확인되자 '공개 되면 더 이상 성추행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판단 하에 입장을 바꾼 것이냐가 전제된 것"이라며 "그런 내용을 내세울 의사가 있는지는 자료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선고 직후 정 전 의원은 "만으로 3년, 햇수로 4년 동안 제 삶이 초토화됐다"며 "잘못된 '#미투'의 희생자는 제가 마지막이었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판결 확정 시 관련자에 대한 법적 대응 여부에 대해서는 "변호사들과 의논해야 해서 아직 그 생각을 못 하고 있다"고 답했다.
사건의 발단은 정 전 의원이 서울 시장 출마를 준비하던 2018년 3월 '프레시안'이 낸 기사였다. 이 매체는 2011년 12월 정 전 의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실소유주 의혹 관련 선거법 위반 혐의로 실형이 확정되자 '감옥 들어가기 전에 한 번만 얼굴을 보자'며 A씨를 여의도 소재 호텔에 불러 성추행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정 전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보도 내용을 부인하고 프레시안 기자 등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소했다. 프레시안도 그를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했다. 이후 해당 호텔에서 카드 결제 내역이 나오자 고소를 취하했다.
검찰은 프레시안 보도는 정당하고 정 전 의원이 서울시장 선거 당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며 그를 기소했다.
1심은 피해자 진술이 상반되고 정 전 의원 성추행 혐의를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프레시안 보도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도 허위사실 공표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이 아니고, 형사 고발 역시 무고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정봉주 전 의원이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허위사실 공표 및 명예훼손 관련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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