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한국은행이 지급결제시스템에 대해 책임과 권한을 강화하는 한은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번 발의는 정보기술(IT)·금융 간 융합에 따른 디지털 지급시스템의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한은의 책임·권한을 강화한 조치다. 한은 측도 지급결제제도의 안정적 운영이 중앙은행의 본질적 책무라는 점을 강조하며 환영의 뜻을 전했다.
4일 한국은행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이날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등 10인은 한국은행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디지털 부문의 지급결제 책임·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최근 IT와 금융의 융합으로 소수의 빅테크 기업에 혜택이 편중되는 등 시장지배력이 높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디지털화에 따라 특정 장애나 사고가 지급결제제도 전체의 리스크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실정이다.
영국의 경우 지난해 7월 아이파구(Ipagoo)가 재무건전성 악화에 따른 파산으로 지급결제시스템에서 강제 퇴출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개정안은 지급결제와 관련한 한은법 제81조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법안은 결제시스템상 리스크 등에 한은이 대응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지급결제제도 운영 및 감시 등에 대한 업무수행 결과를 매년 국회에 보고하는 등 한은의 책임이 보다 강화된다. 아울러 위험관리기준도 정하고 준수여부에 대한 점검도 가능하다. 지급결제제도 운영 및 관리 등 업무 범위가 명확해 지고, 제도 개선과 발전을 위한 연구노력 의무도 담았다.
현행 한은법은 지난 2004년 지급 결제 관련 법을 개정한 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김주영 의원은 "결제 불이행, 전산 장애 등이 전체 지급결제제도를 흔들지 않도록 위험요인을 조기에 감지하거나 예방에 힘쓰면서 긴급상황 발생 시 적시 대응할 수 있도록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취지를 전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 등 민간 디지털 화폐의 출현 가능성 대두로 통화주권 및 금융안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특히 IT와 금융이 융합하면서 지급결제시스템의 구조 또한 과거보다 매우 복잡해져 시스템리스크로 전개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번 개정안과 관련해 한은 측은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디지털 지급수단 확대와 핀테크·빅테크 성장 등으로 지급의 편리성이 제고된 반면 결제시스템의 불안정 가능성 또한 높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한은법 개정은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 학자들이 한결같이 지적하듯이, 지급결제청산의 제도화는 전자금융거래법이 아닌 한은법에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중앙은행의 고유 기능인 지급결제제도의 운영이 금융감독 당국에 통제되는 것은 원칙에도 맞지도 않고 세계적으로 유례도 없다"고 덧붙였다.
4일 한국은행과 더불어민주당 등에 따르면 김주영 국회의원 등 10인은 한국은행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사진은 한국은행 본관 빌딩. 사진/뉴시스
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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