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디지털화폐(CBDC) 도입 시 디지털 환경에 취약한 이용자가 현금과 같이 원활하게 사용하지 못할 경우 경제활동에서 배재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화재 등 천재지변으로 인해 인터넷 망이 마비되는 상황 등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관련 법적 이슈 및 법령 제·개정 방향' 보고서에서는 디지털 환경에 취약한 이용자가 CBDC 도입으로 지급수단을 원활하게 이용하지 못함으로써 경제활동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신용카드나 간편결제수단의 발전으로 현금 사용이 감소하는 현재도 유사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미국 필라델피아에서는 소매점에서 현금을 받는 것을 거절하거나 현금 받는 것을 거절한다는 내용을 게시 또는 현금을 지급하는 자에게 다른 지급수단을 사용하는 자에 비해 높은 가격을 부과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특히 현금 제도가 폐지되고 CBDC만 사용되는 경우가 도래하면 현금 사용권을 보장하는 입법이 필요할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터넷 시스템이나 CBDC의 유통을 지원하는 중개기관 시스템의 작동 장애 등의 경우와 병원, 구조 등 긴급한 상황 등에서도 현금 사용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정순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러한 문제에 대면하지 않기 위해서 "CBDC 시스템 밖에서 저장매체를 통해 CBDC를 거래하는 실물기반 토큰형(오프라인) 방식을 제한된 범위 내에서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물기반 토큰형 CBDC의 현금화는 집행관이 비밀번호를 확보해 이를 통해 CBDC를 채권자에게 이체한다. 개인키와 비밀번호 없이도 이체할 수 있는 기술적 장치가 있는 경우에는 해당 수단을 통해 하면 된다. 현금 교화권이 인정되는 경우 현금으로 교환 후 현금으로 지급한다.
현금을 전면적으로 폐지한 경우 저장매체에 CBDC를 담아서 해당 저장매체를 통해 CBDC를 사용할 수 있게 하면, 사실상 현재 운영되는 충전식 교통카드외 비슷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에 디지털 기술에 취약한 금융 취약층도 비교적 쉽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화재 등 천재지변으로 인해 인터넷 망이 마비되는 상황, 온라인 CBDC 시스템에 장애나 마비가 발생하는 경우에 온라인 CBDC 시스템에 접속하지 않더라고 지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실물기반 토큰형 CBDC는 보완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사용한도 등을 적절하게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를 밝히고 있다.
정 교수는 "실물기반 토큰형 CBDC는 실명 등이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익명성 보장이 되지 않는 온라인 CBDC에 규제차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 8일 디지털화폐(CBDC) 도입 시 디지털 환경에 취약한 이용자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사진은 가상화폐 시세 전광판 모습. 사진/뉴시스
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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