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백운규 전 산업자원부장관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됐다. '무리한 수사'라는 비판과 함께 차질이 불가피해 보이지만 '윗선' 의혹을 받고 있는 청와대에 대한 검찰 수사는 계속될 전망이다.
오세용 대전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와 업무방해 등 혐의를 받는 백 전 장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결과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피의자의 범죄혐의에 대한 소명이 충분히 이뤄졌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이어 "범죄혐의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기 때문에 불구속 상태에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오 부장판사는 또 "주요 참고인 등이 구속됐고 관계자들 진술이 확보된 상태이기 때문에 증거인멸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워 구속 필요성과 상당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8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대전지법 301호 법정으로 걸어가고 있다. 사진/오마이뉴스(뉴시스)
검찰이 난관에 봉착한 부분은 영장기각 사유 중 '범죄소명 불충분'이다. 법조계에서는 수사가 미진하다는 취지로 풀이하고 있다. 강제수사를 기점으로 검찰이 이번 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때는 지난해 11월이다.
한 고위 검찰 출신 법조인은 이날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애초에 구속영장까지 청구할 사항은 아니었다. 수사팀 판단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정서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비난 가능성이 있을지는 몰라도 위법 사실이 상당부분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영장을 청구했다는 지적이다.
이 법조인은 또 "감사원법 위반(증거인멸) 혐의 등으로 기소된 산자부 공무원들 수사 과정에서 백 전 장관의 증거인멸 지시·방조 혐의를 특정하고 뒷받침할 만한 진술이나 물증을 검찰이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백 전 장관도 국민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지 않느냐"고 했다. 실제로 백 전 장관은 전날 영장심사 전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국정과제였다"며 "장관 재임 때 법과 원칙에 근거해 적법 절차로 업무를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판사 출신인 또 다른 변호사도 "영장심사결과로 본 법원의 판단을 보면, 검찰이 구속영장을 재청구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결국 백 전 장관을 불기소 하고 법정에서 유죄 선고를 받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청와대를 향한 검찰 수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백 전 장관에 대한 영장 기각과 관련해 "검찰의 면이 조금 깎인 것은 맞지만 수사 동력을 잃을 정도는 아니다"라면서 "입건되거나 의혹을 받는 인사들에 대한 수사는 진행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앞의 고위 검찰 출신 법조인도 "한 사건이지만 대상에 대한 수사는 별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수 수사 경험이 많은 전·현직 검사들도 비슷하게 전망했다.
그러나 수사가 얼마나 뻗어갈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보는 판단이 많다. 특수부장검사 출신의 또 다른 변호사는 "감사자료 인멸 외에는 정책적 판단의 영역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윗선'에 대한 수사 성패는 산자부 공무원들의 감사자료 인멸에 얼마나 개입했는지 여부를 밝혀내는 것"이라면서 "백 전 장관에 대한 혐의 입증이 안 되면 더 이상의 '윗선' 수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 이성윤)는 이날 영장기각 직후 "영장 기각 사유를 납득하긴 어려우나, 더욱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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