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배터리 '특허침해' 소송도 남았다…ITC 판결이 미치는 영향은
"영업비밀과 특허는 법리적으로 무관…영향 적을 것"
"합의 못이룰 경우 천문학적인 비용·해외유출 등 우려"
2021-02-15 05:15:18 2021-02-15 05:15:18
[뉴스토마토 권안나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SK이노베이션(096770)을 상대로 미국 ITC에 제기한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승소한 가운데, 양사가 진행중인 다른 소송들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진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현지시간) ITC는 SK이노베이션의 리튬이온배터리에 대해 10년간 수입금지 명령을 내렸다. 단 포드와 폭스바겐에 들어가는 배터리에 대해서는 각각 4년과 2년의 유예기간을 줬다. LG에너지솔루션이 주장한 SK이노베이션 측의 영업비밀 침해 사실을 인정한 가운데, 고객사들에 돌아갈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번 소송은 지난 2019년 4월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에 대해 '영업비밀 침해'로 고소한 1차 소송(337-TA-1159)에 대한 최종 결론이다. 당시 LG에너지솔루션은 SK이노베이션이 2017년 이후 100여명의 핵심 인력을 유출해갔으며, 영업비밀 침해에 기반해 폭스바겐 등의 대규모 수주가 이뤄진 것이라 주장했다.
 
양사는 이 밖에 미국 ITC와 연방법원에 제소한 5개 소송을 비롯, 다수의 소송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2019년 9월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을 특허침해로 고소한 2차 소송(337-TA-1179)과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특허침해로 맞고소한 3차 소송(337-TA-1181)이 각각 ITC와 연방법원에 제소돼있다. 2차와 3차 소송의 ITC 예비판결일은 각각 오는 7월30일, 7월19일이다. 이보다 앞서 이번 1차 소송과 같은 내용으로 계류된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의 소송이 먼저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된 소송은 이번 ITC의 결론을 그대로 따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델라웨어 연방지방법원의 경우 권리자 우선 원칙이 업계 정설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ITC측에서 SK이노베이션에 여지를 남겨준 판결을 내렸더라도 델라웨어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올 정도다. 
 
한지영 조선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SK가 이번 ITC 결과를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하더라도 쉽지 않은 소송이 될 것으로 보이며, 델라웨어 연방법원 소송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특히 델라웨어에서는 고의성이 인정되면 연방영업비밀보호법에 의거하여 징벌적 손해배상 판결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영업비밀 침해가 아닌 '특허침해' 소송의 경우 이번 판결에 대한 영향을 다소 적게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특허침해와 영업비밀은 서로 보호하려고 하는 방식이 다른 대상을 의미하기 때문에 법리상으로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아예 다르게 취급한다고 보면된다"며 "다만 세부적인 내용이 얽혀있는 사례도 있어서 완전히 무관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측에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특허침해 소송에 기대를 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손승우 중앙대학교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SK 입장에서는 합의를 시도하면서도 협상테이블에 올릴 수 있는 것은 최대한 올리려고 할 것"이라며 "특허는 기술적인 문제여서 기술 구현이 다르면 특허 침해에 해당되지 않을 여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편, 양사가 장기적인 소송전을 이어갈 경우 천문학적인 비용이 추가될 전망이다. 특히 해외에서 영업비밀과 같은 민감한 사안이 다뤄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윤선희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허는 이미 공개된 사안이라 크게 문제가 없지만 영업비밀 관련 사안이 해외에서 장기간 다뤄지는 것은 어떤 기업에서도 부담일 것"이라며 "국내에 있는 산업기술유출방지법을 연계하게 되면 정부가 나설 명분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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