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자영업자들이 그렇듯 얼마 전 만난 '홍봉자치즈굴림만두'의 홍필순 대표 역시 코로나19 때문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양천구에서만 10년 넘게 횟집을 운영했고, 한 때 입소문도 제법 타면서 매장 밖에 줄서서 먹을 정도의 인기도 누렸다. 주방을 도맡는 남편과 홀에서 손님을 상대하는 아내의 찰떡궁합도 한 몫했다.
코로나19 앞에서는 단골손님도, 찰떡궁합도 소용없었다. ‘나날이’란 표현이 미안할 정도로 ‘뚝’ 끊겨버린 매상장부를 보면서 부부는 매장손님에 의존도가 높은 횟집 대신에 배달·포장이 가능한 만두를 팔기로 결정했다. 새로 문 연 후에도 코로나는 갈수록 심해졌고, 배달은 ‘민족’이든 ‘이츠’든 수수료가 너무 세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다.
결국, 배달 대신 온라인 판매를 고심하던 부부 앞에 때마침 주민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노트북 전원 켜는 법밖에 몰라 온라인 마케팅 학원이라도 알아보던 중이였다. 며칠 후 구청에서 청년 두 명을 보내줬고 이들이 하나 하나 알려준 덕분에 스마트스토어에도 입점하며 지금은 온라인에서 제법 유명세를 얻고 있다.
은평구 구산동에서 5살, 12개월 두 아이를 키우는 이윤희 씨의 최대 육아 고민은 병원 가는 일이다. 다른 곳에 못 맡기는 상황에서 한 아이만 아파도 두 아이 모두 데리고 ‘혼자만의 전쟁’을 치뤄야 한다. 한 번 해봐서 둘째라 좀 쉬울 줄 알았는데 병원가기 미션은 가까운 거리라도 겁부터 덜컥 난다. 특히 집 밖을 나서면 왜 이렇게 조심할 것도 많고, 애들은 말을 안 듣는지 모를 지경이다.
한 달에도 몇 번이나 애를 먹던 와중에 지인에게 들은 구청 임산부 전용택시를 떠올렸다. 택시는 예약한 시간에 이 씨 집 앞에 도착했고 과속하지도, 담배냄새도, 불편한 농담도 찾을 수 없었다. 아이도 예쁘게 꾸며진 택시 외관에 ‘천사 택시’라고 별명까지 붙여줬다. 이 씨도 덕분에 더이상 멀미를 대비한 비닐봉지를 따로 챙기지 않아도 된다.
사례는 다르지만, 두 사람 모두 정책의 수혜자인 셈이다. 물론 수혜자이긴 하지만, 이들은 수천·수백만원을 지원받지도, 어마어마한 특혜를 입지도 않았다. 코로나 시대의 가장 큰 피해자에 해당하는 자영업자, 초유의 저출산 시대에 힘겹게 아이를 낳아 기르는 엄마일 뿐이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단순히 정책 만족도를 넘어 ‘세금낸 보람’을 얘기했다. 자영업자든 가정주부든 회사원이든 누구나 크고 작은 세금을 낸다. 조세정의라는 단어가 멀게만 느껴지는 현실에서 세금낸 보람은 다른 차원으로 다가온다. “살면서 세금은 내는 걸로만 생각했지 정부가 나한테 뭔가를 해주는 게 처음”이란 얘기는 구태여 반박하기보다 깊은 울림이 앞선다.
이들이 바란 건 돈이 아니다. 코로나 지원금이래봐야 100만원 남짓으로 밀린 월세, 유지비에 반의 반도 안 된다. 출산 지원금이라고 낳을 때 몇백만원, 이후로 수십만원 줘봐야 애들에게 나가는 돈의 속도가 훨씬 빠르다. 어떤 때는 지원금 준다는 뉴스를 보면 ‘돈으로 때우고 생색내려나’ 생각도 든단다.
물론 돈도 좋고, 당장 필요할 때 그만한 것도 없다. 다만, 이들이 이번 정책에 유달리 크게 반응을 한 건 공공이라는 상대방이 내가 필요한 걸 알아줬기 때문이다. 단순히 소상공인들을 어느 빈 강당으로 불러다가 교육 몇 번 받고 수료증 주는 게 아니라, 먼저 찾아가 당사자 입장에서 막힌 부분을 함께 고민하고 세심하게 챙겨줬기 때문이다.
단순히 정책적인 측면에서만 본다면 100점이 아닐 수 있다. 아직 초기이고, 보완할 부분도 분명 있다. 그러나 각자도생이란 말만 경전처럼 외우는 시대에 이런 사례가 하나 둘 늘어난다면 내가 홍 대표가 아니라도, 이 씨가 아니라도 조금은 괜찮을 것 같다. 누구나 세금 안 아까운 동네에 살고 싶으니까.
박용준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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