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지난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사용이 급증했지만, 국내 기업들은 크게 수혜를 보지 못하고 오히려 외국 플랫폼 쏠림 현상만 심해졌다. 디즈니플러스 국내 진출까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국내 OTT들은 콘텐츠 차별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동영상 사이트 이용 앱/사이트. 자료/과기정통부
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인터넷 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2020년 여가 생활로 동영상을 보는 사람의 비중이 92.7%로 전년 대비 11.5%p 증가했다. 동영상 서비스 이용 시간도 1주일 평균 4.5시간에서 6시간으로 상승했다.
동영상 서비스 이용자 상승은 대부분 유튜브와 넷플릭스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유튜브 이용률은 87.9%로 2019년보다 11%p 늘었다. 이용자 대부분이 유료 가입자인 넷플릭스는 7.4%에서 17%로 9.6%p 증가했다.
국내 동영상 서비스 이용률은 큰 변동 없이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이었다. 티빙 이용률은 3.9%로 전년 대비 0.2%p 늘었고, 왓챠플레이는 4.2%에서 3.9%로 0.3%p 줄었다. 지난해 신규 서비스인 웨이브 이용률은 3.2%로 티빙이나 왓챠플레이와 유사한 수준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OTT 산업이 커지면서 OTT 업체들이 방송발전기금 징수 등 의무를 져야 한다고들 하는데, 실상은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같은 외국계 OTT 쏠림이 심해진 것일 뿐"이라며 "아직까지 국내 OTT 업체들은 신생 사업자에 불과해 투자나 진흥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에 집중된 이용자를 모셔오기 위해 토종 OTT들은 단독 콘텐츠 수급에 사활을 걸고 있다. 넷플릭스가 올 한해 국내 콘텐츠 제작시장에 55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위기의식은 더 높아졌다.
쿠팡플레이의 EPL 경기 중계 예고 화면. 사진/쿠팡플레이 앱 갈무리
가장 독특한 콘텐츠를 끌어들인 것은 신생 사업자인 쿠팡플레이다. 쿠팡플레이는 오는 5일부터 영국 프리미어 리그(EPL) 경기를 생중계한다. 국내에서 손흥민 선수가 소속된 토트넘 홋스퍼의 경기를 볼 수 있는 곳은 EPL 중계권을 가진 스포티비(SPOTV)와 쿠팡플레이뿐이다.
영화 '서복' 포스터. 사진/티빙
쿠팡플레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내 OTT는 예능과 드라마, 영화 등 분야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식을 택했다. 티빙은 최근 오리지널 콘텐츠 '여고추리반', '당신의 운명을 쓰고 있습니다' 등을 선보였다. 티빙은 향후 3년간 약 4000억원을 투자해 오리지널 예능과 드라마를 제작할 계획이다. 배우 공유와 박보검 주연의 영화 '서복'도 오리지널 콘텐츠로 극장 개봉과 동시에 티빙에서 독점 공개된다. 이는 지난 2016년 넷플릭스가 영화 '옥자'를 극장과 OTT 플랫폼에서 동시 공개한 것과 같은 방식이다.
왓챠플레이 독점 수급 콘텐츠인 '왓챠 익스클루시브'. 사진/왓챠플레이 앱 갈무리
왓챠플레이는 콘텐츠 큐레이션 서비스인 '왓챠피디아'를 영리하게 이용 중이다. 왓챠피디아에서 영화를 검색하면 왓챠플레이와 넷플릭스 중 어디서 볼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무료 서비스로 넷플릭스에는 없고 왓챠에는 있는 작품들을 고객들이 쉽게 알 수 있게 한 것이다. '체르노빌', '코요테', '와이 우먼 킬' 등 독점 수급 콘텐츠를 소개하는 '왓챠 익스클루시브'도 확대하고 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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