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은 14일 무제한 데이터서비스와 3G망을 통한 모바일인터넷전화를 전격 도입하기로 했다. 이는 망부하로 인한 음성품질 저하와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이통사들이 도입을 꺼려왔던 서비스들이다.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이렇게까지 초강수를 둔 이유는 뭘까?
우선, SK텔레콤이 KT에게 무선데이터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긴 데 대한 위기 의식이 컸다는 평가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KT의 네트워크 경쟁력을 누르기 위해 결국 요금 경쟁력을 내세웠다”고 평가했다.
SK텔레콤은 음성시장에서 줄곧 1위를 달려왔지만, KT가 지난해 11월 애플 아이폰을 도입한 후 무선데이터 시장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KT가 무선데이터를 무료로 쓸 수 있는 1만300여곳의 와이파이존 등 네트워크 경쟁력을 앞세워 SK텔레콤을 압박해왔다.
이후 SK텔레콤은 뒤늦게나마 와이파이존 구축에 나서면서, "다른 이동통신 고객에게도 이를 무료로 개방하겠다"며 KT에 은근히 와이파이존 개방을 요구했지만, KT는 “무료로는 개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SK텔레콤이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로 KT의 와이파이존을 무력화시키는 전략을 택했다는 것이다.
다음달부터 5만5000원짜리 이상 요금에 가입한 올인원 요금제와 넘버원요금제 고객은 제한 없이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어,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굳이 공짜로 무선데이터를 쓰기 위해 와이파이존을 찾아다닐 필요가 없게 된다.
또 음성 수익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통사들이 도입을 꺼려한 모바일 인터넷 전화도 3세대 망에서 이용하는 것을 허용했다.
SK텔레콤이 이처럼 혁신적인 서비스들을 도입할 수 있었던 것은 스마트폰 고객의 이용 행태와 네트워크 구축 계획 등을 고려한 치밀한 전략에서 나왔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최남곤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현재 스마트폰 이용 고객의 비중이 크지 않을뿐더러 SK텔레콤이 무제한데이터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고객을 5만원대 이상으로 한정했기 때문에 당장 매출이 감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월 평균적으로 사용하는 데이터 사용량은 70MB에 못 미친다.
하장용 SK텔레콤 네트워크부문장도 “상위 1%(헤비 유저)의 경우가 현재 전체 트래픽의 54%를 점유하는 수준에서 60%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은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SK텔레콤의 ‘올인원45 요금제’ 사용자가 제공된 데이터의 평균 25%를 사용하고 있다고 발표 한 바 있다.
결국 SK텔레콤의 입장에선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의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데이터 사용량이 크지 않아 크게 손해 볼 것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을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인터넷전화의 경우도 음성통화 매출 감소를 가져 오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예를 들어 현재 올인원55에 가입했을 시 300분의 무료 음성통화가 제공되는데 이는 이미 정액제에 포함된 것이며, SK텔레콤 고객의 월평균 통화 시간은 200분으로 300분에 크게 못 미친다.
또 스마트폰 활성화 초기 단계인 만큼 앞으로 이용자들의 무선데이터 사용량이 크게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SK텔레콤이 본래 4세대 네트워크인 LTE (Long Term Evolution) 등을 구축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충분히 수용 가능하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SK텔레콤은 지난 5월 추가 할당 받은 주파수를 활용해 오는 10월부터 3G네트워크를 확대 제공할 예정이며, 데이터망 과부하 발생 시 다량 사용고객의 서비스품질 (QoS , Quality of Service)을 자동으로 일부 제어한다는 대비책도 내놨다.
이처럼 SK텔레콤은 이번 서비스 정책으로 실은 크지 않은 반면, 이미지 쇄신과 KT가 주도하는 무선데이터 시장의 흐름을 역전 시킬 수 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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