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청년 단체들이 'LH사태'를 계기로 공정하게 투기할 권리가 아니라, 부동산 투자 이익을 환수해 주거권을 보장해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달팽이유니온·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청년유니온·청년참여연대 등 4개 청년 단체는 29일 오후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투기 권하는 사회, 방치된 불평등' 토론회를 진행했다.
청년 주거권 운동을 해온 민달팽이유니온은 토론회에서 19~39세 청년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지난해 12월 조사 결과 청년 77.0%는 5년 뒤 주거 환경의 개선 가능성을 비관하고 있었다. 42.0%는 더 나빠질 것이라고 전망하기까지 했다.
이들은 한국에 보증금 규제가 없다는 점을 문제삼기도 했다. 전용면적 40㎡ 미만 수도권 주택의 경우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전월세 보증금의 상승률이 연평균 9.6%였고, 월세를 포함해도 8.4%였다. 매매가격 5.2%보다 가파른 수치다. 매매가 대비 전월세 보증금 비중이 같은 기간 32.4%에서 42.0%로 9.6%P 늘기도 했다.
민달팽이유니온이 청년주거밀집지 표본 156채에 대해 현장 및 건축물 대장을 비교한 결과. 현재 불법 사항이 적발된 곳이 11.5%, 적발 이력이 있는 곳은 28.8%, 적발되지 않았으나 실제 불법 상황에 놓인 주택이 37.8%로 집계됐다.
코로나 19 이후 상황은 더 악화되는 정황도 보였다. 지난해 서울시 청년월세지원 정책을 신청한 청년들의 평균 소득은 월 131만6000원, 평균 지출하는 월세가 37만3000원이었다. 월세, 관리비, 통신비, 보험료 중 하나라도 연체한 비중은 29.2%였으며 독립했다가 가족에게 돌아가거나 월세가 더 싼 집으로 이사하는 등 주거환경을 바꾼 신청자도 11.7%에 달했다.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전월세 상한은 보증금과 월세에만 걸려있고 관리비에는 안 들어간다"며 "보증금과 월세를 5% 꽉 채워 인상하고 관리비 5만원을 더 받은 사례까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룸에 불법 설치된 싱크대를 뜯어낼 경우 세입자가 싱크대를 사용할 권리를 보장받을 방법이 없다"며 "개발하기 위해서는 열악한 주거지가 일정 비중 확보돼야 하기 때문에 용산구 노후 주택 밀집지에는 '신축 말라'는 플랜카드가 걸리기도 한다"고 개탄했다.
또 "기본적인 삶이 보장될 수 있다면 굳이 내 집 마련을 하지 않아도 된다"며 "서울시장 후보가 하는 이야기도 사실상 개발 중심 정책이고 주거권 보장은 전혀 고민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청년 단체들은 투기와 투자를 굳이 구분짓기보다는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이익을 환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무원과 LH 같은 공기업 뿐 아니라 민간에서까지 거두고 장기임대주택 등 주거권 정책에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보배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정치인들이 부동산을 게임의 룰처럼 바라보는 게 더 큰 문제"라며 "돈 있는 소수만 참여할 수 있는 부동산 시장 자체가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이어 "단순히 규제 세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익을 어떻게 다시 돌려받고, 더 많은 사람의 주거권을 위해 자원을 쓸 것인가 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29일 서울 참여연대에서 열린 '투기 권하는 사회, 방치된 불평등' LH 사태 관련 청년단체 공동토론회에서 지수 민달팽이뉴니온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지수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이채은 청년유니온 위원장, 강보배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정책위원장, 희원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 사진/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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