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의 '대'자 없는 이재명의 대선행보
"대선 입장 묻지만 아직 잘 모르겠다"
보폭 넓힐수록 '레임덕 키운다' 우려
이낙연 지지율 한자릿수대 추락도 영향
"정책의제 선점으로 '물밑협상' 가능성"
2021-04-04 06:00:00 2021-04-04 06:00:00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적극적인 이슈 선점과 의제 제시, 외연 확대로 대선행 보폭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이 지사는 아직 명확하게 대선 도전 의지를 밝히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장과 제 3 후보 등장 등 대선행에 변수를 염두에 두고서 여론을 살피며 정중동 전략을 구사한다는 분석이다.
 
4일 복수의 경기도 관계자에 따르면 이 지사는 대선 도선 의지를 드러내는 데 매우 민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땅투기 의혹 등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임기 중 최저치로 떨어진 상황에서 이 지사가 적극적으로 대선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건 자칫 정권 흔들기에 동참한다는 구설에 오를 수 있어서다. LH 투기 의혹을 터트린 게 이 지사 측 작전이라는 풍문이 돌았던 게 대표적이다.
 
이 지사는 지난달 24일 여의도 이룸센터에 열린 토론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선에 대한 입장을 언제쯤 밝힐 것이냐"는 질문에 "아직 잘 모르겠다"고만 대답했다. 일찌감치 대선행 의지를 드러냈지만 반년 사이 지지율이 한자릿수로 떨어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이 지사가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건 스스로가 대세론에 불을 지피고 있어서다. 우선 도정 범위를 벗어나 기본소득과 기본주택, 기본대출 등 이른바 '기본시리즈'를 주요 의제로 제시했다. 부동산 문제에선 고위공직자 백지신탁제도 도입, 국토보유세 신설 등을 주창했다. 페이스북 등에서도 국내외 주요 이슈에 대한 입장을 드러냈다. 지난해 1월 지지율이 3%였던 이 지사가 1년 만에 지지율을 30%대까지 올린 비결이다.
 
이 지사에 대해선 재보궐선거 이후 대선국면에서 대선주자 간 공방을 피하며 실리를 얻겠다는 전략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윤 전 총장이 부각되면서 이 지사 지지율이 주춤한 상황이고, 여권에서도 친문후보 찾기가 본격화되면 이 지사로서는 양쪽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것"이라며 "이 지사는 도정경험과 정책의제 등에서 본인이 더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물밑협상을 통해 자기 세력화에 공을 들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이 지사가 24일 토론회 후 인재근 민주당 의원을 만나고 28일 페이스북에 '김근태 정신'을 언급한 것 등은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과 민주진영의 지지를 이끌어내려는 행보라는 분석이다.
 
 
2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수원시 도청에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과 '공정한 청렴사회 구현과 국민권익 증진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열었다. 사진/경기도청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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