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대경 기자] 4·7 재보궐 선거가 종료됨에 따라 정치권은 사실상 대선 국면에 돌입할 태세다. 범여권은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중심으로 정세균 국무총리 등이 9월로 예정된 경선 준비에 박차를 가할 것이며, 11월 경선의 국민의힘은 크게 부각된 주자들이 없는 인물난 속에서 범야권 단일 후보에 초점을 둘지 주목된다. 무엇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제3지대 범중도보수 '빅텐트' 아래에서 힘을 모아 확장성을 기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다만 선거 승리로 국민의힘 입지가 더 다져지면서 이들의 입당이나 합당도 정치권의 이슈가 될 전망이다.
8일 <뉴스토마토>가 정치권과 정치학 교수, 여론조사기관 대표 등 다수의 정치 관련 전문가들을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야권발 정계 개편에 무게를 두면서도, 주요 주자 간 합종연횡이 예상외로 빨리 진행될 것이라고 봤다.
우선 여당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부동산 투기 이슈를 잠재우는 것이 급선무다. 내년 대선까지는 불과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민심 이반의 핵심 요인인 부동산 투기 사태를 잠재우지 않고서는 정권 재창출은 요원하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 분석이다.
4·7 선거 후 여권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당내 세력 확장과 다지기에 나설 것으로 보이며, 정세균 국무총리는 조만간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세 규합에 나설 전망이다. 사진 왼쪽부터 이 지사,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 정세균 국무총리, 이광재 의원. 사진/뉴시스
유력 주자별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당내 지지율 1위로서 1차 경선 50% 이상 득표를 목표로 세력 확장과 다지기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 비록 이 지사가 현시점에서는 가장 선두에 서 있지만, 1차 경선에서 과반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최종 결선으로 이어지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워서다. 선거 참패로 여당 내부에서 개혁 노선에 대한 방향점 재설정과 대안론 부상에 따른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이 지사에게 호재로 풀이된다.
정세균 총리는 두 주자와 달리 당내 기반 확보가 가장 큰 과제다. 물론 국회의장까지 지낸 관록의 정치인이지만 선거 국면에서의 당 조직력은 국회 경력만으로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호남 지지세가 상당하다는 점은 정 총리가 호남 대표 주자로서 부각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대목이다.
또 친문이 공을 들이는 이광재 의원은 당내 경선 전까지의 시간이 매우 촉박한 관계로 그 누구보다 세력화와 함께 본인만의 대선 어젠다 설정이 다크호스로서의 경쟁력 확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은 선거 참패의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아킬레스건이다. 당장 리더십을 바탕으로 안정·화합 모드로 전열을 재정비하기 위한 과정에 사실상 제동이 걸린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위원장이 대선 레이스 완주 조차 불투명하다는 관측까지 내놓는 실정이다.
범야권은 윤석열 전 총장의 정치 행보 여부와 보폭이 최대 관심사다. 안철수 대표가 대선 그림을 그려가며 제3지대론 불 지피기에 나설 것이 분명한데 이에 윤 전 총장이 어느 정도 호응을 하느냐가 대선의 최대 관심사라는 말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대선 국면에서 전면에 나설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서는 당초 검찰총장 사퇴 직후보다는 사실 의견이 더 많이 엇갈리고 있다"며 "나선다면 국민의힘보다는 장외에서 접촉면을 넓히며 출마 시기를 조율하는 쪽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4·7 선거 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제3지대 빅텐트 연대 나설지 주목된다. 왼쪽부터 윤 전 총장, 안 대표,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사진, 뉴시스
가장 큰 변수는 이들의 국민의힘 입당과 국민의당 합당이다. 이들의 연대와 통합이 성사되더라도 조직 선거 양상을 띄는 대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조직력이 탄탄한 국민의힘의 존재감을 무시하기 어렵다. 선거 승리의 과정에서 보여줬던 단일화와 선거 결과를 고려할 때 제3지대 빅텐트도 결국 국민의힘 기반으로 성과 창출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외에 유승민 전 의원과 이미 대선 출마를 선언한 원희룡 제주지사 등의 행보도 범여권 대권 구도에서 일정부분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본인이 주자가 되지 못해도 그들이 가진 정치적 지분만을 놓고 볼 때 킹 메이커 역할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선거 승리를 이끈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재중용설도 킹 메이커 차원에서 거론된다.
상당수 정치전문가들은 여야 주자들 모두 선거 이후 발걸음을 빨리 가져가겠지만, 종국적으로는 양자 대결로 갈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다자구도의 대선은 불확실성만 가중시키고, 정치적 피로도만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범여와 범야 1대1 대결로 귀결될 것이라는 얘기다.
김용호 인하대 명예교수는 "대선은 다자구도로는 어느 한쪽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탓에 결국에는 양자로 가는 것이 지금까지 한국 정치의 패턴"이라며 "다만 양자구도가 정해지기 전까지는 특정 후보를 딱 정해서 정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진영별로 후보간 연대와 통합을 통해 승리 방정식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복잡한 만큼 현 시점에서 인물 중심의 밑그림을 명확하게 그리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서울과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 후 여야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가든 전당대회를 거쳐 새 지도부를 꾸리든 상관없이 대권 주자들은 저마다 세력화 행보를 가속화 하며 대선 시계를 빨리 돌릴 것이라는 점이다. 다만 여권은 부동산 이슈를 털고 정권 재창출의 명분과 정치개혁의 신뢰도를 회복해야 하고, 야권은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과거보다는 미래 지향적 중도보수 이념의 틀을 더 견고하게 쌓아야 정권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권대경·박한나·장윤서 기자 kwon2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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