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테슬라, 이번엔 전기차 충전인프라 경쟁
테슬라, 전용 충전소 '수퍼차저' 공격적 확대
현대차, 테슬라 차량은 못 쓰는 E-pit 구축 속도
2021-04-27 06:05:17 2021-04-27 06:05:17
[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현대자동차그룹과 테슬라 간 전기차 경쟁이 충전 인프라 구축 대결로 확대되고 있다. 테슬라가 자사 전용 초고속 충전소 '수퍼차저'를 확대에 나선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테슬라 차량은 이용할 수 없는 초고속 충전소 'E-pit' 운영에 들어갔다. 전기차 수요 급증에 따른 소비자의 불편함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이달 15일부터 E-pit의 시범운영을 시작했고 오는 29일부터 정상운영에 나선다. E-pit은 장거리 운전 고객들의 전기차 충전 편의성을 높이고 국내 전기차 보급 활성화를 위해 현대차그룹이 국내 최초로 고속도로 휴게소 구축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고속도로 휴게소 12곳에 각 6기씩 총 72개를 설치했고 올해 도심 주요 거점에 8개소 48기를 추가로 확충해 총 20개소 120기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E-pit은 출력량 기준 국내 최고 수준인 350kW급 초고속 충전설비를 갖췄다. 현대차(005380) ‘아이오닉5’, 기아(000270) ‘EV6’의 경우 18분 이내에 배터리 용량 10%에서 최대 80%까지 빠른 속도로 충전된다.  
 
다만 테슬라 차주들은 E-pit을 이용할 수 없다. E-pit은 국제 표준인 DC콤보 충전 규격을 사용해 제너럴모터스(GM), BMW, 포르쉐 등 다른 브랜드 전기차도 사용할 수 있지만 테슬라 모델은 독자 규격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대차그룹은 안전 상 이유로 어댑터 사용을 불허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테슬라 차주들은 현대차그룹에 불만을 쏟아냈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15일부터 시범운영을 시작한 전기차 초고속 충전소 'E-pit' 모습. 사진/현대차그룹
 
테슬라도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충에 주력하고 있다. 테슬라는 최근 김포, 파주, 남양주, 의정부를 자사 전용 초고속 전기차 충전소인 ‘수퍼차저’ 신규 예정지로 공지했다. 현재 37곳의 수퍼차저를 운영 중인 테슬라는 연내 28곳을 추가해 총 65개소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수퍼차저를 더욱 늘리기 위해 이달 5일부터 다음달 21일까지 서울 및 경기 지역을 대상으로 수퍼차저 호스트를 모집한다. 수퍼차저 호스트로 선정된 곳은 7월부터 부지 실사 및 설치 적합성 검토를 거쳐 8월께 최종 계약체결이 진행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과 테슬라가 초급속 충전소 확충에 나서는 이유로는 폭발적인 전기차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지난 19일 출시된 아이오닉5는 지난달까지 국내에서 4만1779대가 계약됐다. EV6는 지난달 31일 사전예약 첫날 1만1106대를 기록했고 최근 3만대 수준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테슬라는 올해 28곳의 수퍼차저를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사진/테슬라코리아
 
자동차 정보포털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해 국내에서 3232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달말부터 테슬라 모델Y의 고객인도가 본격 시작되면 지난해 판매량 1만1826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전기차 시장 주도권 확보 및 다양한 사업기회를 창출하려는 의도도 깔려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충전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전기차 선도 기업으로 위상을 공고히 할 계획”이라면서 “새로운 고객경험을 창출하고 신규 비즈니스 가능성을 모색하면서 친환경차 시장을 이끌어가겠다”고 언급했다. 
 
최영석 원주한라대학교 스마트모빌리티공학부 겸임교수는 “과거에는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충전기술에만 집중했다면 충전 최적화 기술, 초고속 충전 기술 등을 개발하면서 자동차 이외의 분야에도 관련 기술을 적용해 나갈 것”이라면서 “현대차가 법인고객 대상으로 충전기 설치부터 사용, 보수 및 철거까지 서비스하는 ‘EV 충전 솔루션’ 등 비즈니스 모델을 다각화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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