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열린 인사청문회에서조차 보좌진 갑질·부정 청약·영종도 투기 의혹에 제대로 해명하지 못했고, 민심의 역풍도 풀어내지 못한 탓입니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정회 후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 눈높이 부합 못 해"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은 이 후보자에 대해 사회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인사청문회 이후 국민적 평가에 대해 유심히 살펴봤다"며 "보수 정당에서 세 차례 의원을 지냈지만 안타깝게도 국민주권정부 기획예산처 장관으로서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후보자는 지난달 28일 초대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깜짝 발탁'된 바 있는데요. 당시 청와대는 "대통령의 인사 철학의 양대 축은 통합과 실용"이라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발탁 당시에도 '내란 옹호'에 대한 논란으로 여권 내에서조차 반대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후 이른바 '1일 1 의혹'이라는 오명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보좌진에 고성과 폭언을 지르는 녹취가 공개됐고, 부정 청약과 영종도 투기 의혹 등 각종 의혹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이 후보자의 자진 사퇴는 없었고, 이 대통령도 인사청문회를 통한 해명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본인의 해명도 들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인사청문회가 열렸지만 이 후보자에 대한 민심의 역풍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보좌진 갑질·폭언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하고 부동산 투기 의혹과 '위장 미혼' 등에 대해 적극 해명했지만 되레 장남의 대학 특혜 입학 의혹만 커졌습니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에서조차 인사청문회 초반 야권의 '팻말'을 문제 삼으며 옹호한 것 말고는 날선 질의로 거세게 질타했습니다. 특히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부정 청약 의혹에 '명백한 불법'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같은 당 이소영 의원은 이 후보자의 눈물에도 부정 청약의 정황 증거를 내밀며 몰아세웠습니다. 이에 청와대는 인사청문회 종료 직후 주말 사이 '지명 철회'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중도·진보 '반감'…명확한 '민심 흐름'
이 후보자 논란에 있어 '통합의 의미'를 강조했던 이 대통령이 임명 한 달여 만에 물러선 건 민심의 역풍이 거세진 영향입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6~8일 조사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에 따르면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적합한 인물인지 물은 결과 단 16%만이 '적합하다'고 답했습니다. 응답자의 47%는 '적합하지 않다'고 답했고, 37%는 '의견 유보'라고 답했습니다. 임명 초기 여론조사로 각종 의혹이 구체화되기 전이었지만 여론의 흐름은 좋지 못했던 겁니다.
조금 더 의혹이 구체화된 이후에도 여론의 흐름은 여전했습니다. <미디어 토마토>가 지난 12~13일까지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포인트, ARS(RDD) 무선전화 방식)에 따르면 '이혜훈 후보자의 사퇴 여부에 대해 어떤 의견인지' 묻는 질문에 52.7%가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당시 인사청문회가 19일로 예정돼 있던 점을 고려하면 여론의 흐름이 개선된 적이 없는 셈입니다.
이 후보자 관련 논란은 이재명정부의 지지율까지 타격을 줬습니다. 이 후보자 논란이 중도층과 진보층의 대거 이탈을 부른 건데요. <한국사회연구소(KSOI)>가 지난 19~20일 조사한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무선 자동응답(ARS) 방식)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같은 조사기관의 2주 전 조사보다 3.8%포인트 하락한 52.0%로 집계됐습니다.
KSOI 측은 해당 조사에 대해 "이혜훈 후보자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청문회를 지켜보자’며 미온적으로 대응한 것이 중도층(11.0%포인트 하락)과 진보층(6.3%포인트 하락)의 반감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적으로 이 후보자에 대한 이 대통령의 지명 철회는 민심의 역풍을 견뎌내지 못한 결정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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