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전기차 시대가 본격 개화하면서 전기차 화재 관련 리튬이온 이차전지의 안전성 문제가 주목받고 있다. 화재는 계속되고 있지만 명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어서다. 사회적 관심이 높았던 국내 배터리 화재 사건인 갤럭시 노트7 발화,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코나EV 화재 등도 정확한 원인은 아직 모른다. 인화성과 발화성을 동시에 내재한 리튬이온 배터리 특성상 화재시 폭발적으로 연소하면서 원인 규명이 어려워 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주류인 리튬이온 이차전지 산업의 확실한 성장을 위해서는 '성능'과 '안전'을 동시에 확보하는 배터리 기술 개발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대미문의 사건 해결을 위한 첫 걸음은 배터리 화재 원인 규명이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3일 <뉴스토마토>가 이차전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국내 배터리 전기차 화재 사고의 특성에 대해 자문한 결과 전문가들은 원인이 다르고 경향성이 없는 단발성 화재가 아닌 '연발성 화재'라는 특징을 꼽았다. 비슷한 사건이 반복된다는 얘기다.
연발성 화재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통상적이지 않은 극악한 환경에서 유발된 배터리 '진행성 불량'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직병렬로 만든 배터리 팩의 경우 안전마진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으면 진행성 불량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화재로 곧 바로 이어지는 진행성 불량 상황에서는 배터리를 발화시킨 가혹 조건을 찾아야 한다.
전기차 화재 사고가 집중된 코나EV의 현재까지 파악된 화재 건수는 총 15건(국내 13건·해외 2건)이다. 지난 2월 국토교통부와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은 코나EV 화재 원인으로 '셀 제조 불량(음극탭 접힘)에 따른 내부 합선으로 화재 발생 가능성'을 지목했다. 코나에는 LG에너지솔루션(분사 전
LG화학(051910))이 니켈 60%, 코발트와 망간 각각 20%를 사용해 만든 ‘NCM 622’ 파우치형 배터리 셀이 탑재됐다.
코나 건은
현대차(005380)가 자발적 시정조치(리콜)를 통한 배터리 전량 교체를 결정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아직까지 화재 원인에 대해서 명확히 규명된 것이 없다. 배터리 전기차 화재의 근본적인 문제는 아직 풀리지 않았다는 의미다. 국토부와 KATRI의 코나 화재 원인에 대한 최종 결론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최근 제너럴모터스(GM)의 경우 최근 화재 위험을 이유로 LGES 배터리를 장착한 쉐보레 볼트 EV의 배터리 모듈에 대해 전면 교체가 아닌 조건부 교체 계획을 밝혔다. 소프트웨어 개선을 통해 배터리 충전량을 90%로 제한하기로 하는 등 코나와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다. GM은 자체 개발한 진단툴을 활용해 배터리의 이상 작동 여부를 검진하고 배터리를 정밀 분석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배터리 화재 관련 역사는 신기술의 집약체로 주목받던
삼성전자(005930)의 갤럭시 노트7 발화 사건으로 올라간다. 지난 2016년 8월 출시 이후 같은달 24일부터 갤럭시 노트7의 연쇄 발화 시작됐다. 노트7은 생산 일시중단 등의 조치에도 판매된지 2개월만인 10월 단종에 이르면서 스마트폰 역사의 큰 오점으로 남았다.
당시 삼성전자는 노트7 소손 원인으로
삼성SDI(006400)의 '배터리셀 자체 결함'이라는 결론을 냈다. 제조 과정에서 배터리 셀의 양극과 음극 접촉시 셀이 과열됐고 그 결과 배터리에서 불이 났다는 설명이다. 1차 리콜 전 전세계적으로 팔린 159만대 중 220건의 사고가 접수됐고 이중 배터리 발화는 총 85건으로 확인됐다. 리콜 이후 단종 결정까지는 총 55건의 배터리 화재가 났다.
노트7 사태로 리튬이온 배터리의 안전성 문제가 본격 부각된 바로 이듬해부터는 ESS화재가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지난 2017~2019년 말까지 발생한 ESS 관련 화재는 총 29건으로, 화재 확률은 1.73%다. 지난달 6일에는 충남 홍성군 주민 소유 태양광 연계 ESS에서 화재가 발생해 4억4000만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019년 ESS 화재 관련 대책으로 ESS 사업장 안전 관리 강화하고 ESS 충전율(SOC)을 80~90%로 제한하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ESS화재는 현재 진행형이다.
전문가들은 연발성으로 이어지는 배터리 화재 사태를 차단하기 위해 '화재원인 규명'이라고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원인을 밝혀야 배터리 전기차 화재 대책이 나오고 개선책이 나오기 때문이다.
박상호 동신대 신소재에너지전공 교수는 "화원이 배터리라고 해서 배터리가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고 발화가 일어난 원인과 조건을 까다롭게 봐야 한다"면서 "화재 현장을 잘 보전하고 이차전지 전문 인력이 전체 배터리 전수조사 등을 추진한다면 구체적인 원인 규명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