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서윤 기자] 지난해 코로나발 충격에도 우리나라 제조업 경쟁력이 세계 3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글로벌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어 공급망 재편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절실한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
5일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한국 제조업 경쟁력, 코로나19 경제위기의 버팀목'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경제가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성장률(-3.3%) 보였으나, 우리나라 성장률은 -1.0%로 상대적으로 낮은 하락폭을 기록했다.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가 발표하는 세계 제조업 경쟁력 지수(CIP Index) 기준을 보면, 우리나라 제조업 경쟁력은 독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다. 전 세계 152개국 중 미국, 일본 등을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세계 3위를 기록하는 등 제조업이 지난해 우리나라 성장과 고용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서비스업의 성장기여도는 2분기·3분기 -0.8%에서 4분기 -1.0%로 떨어진 것과 달리 제조업은 지난해 3분기 -0.2%, 4분기 0%를 보였다.
한국 제조업의 코로나19 경제위기 버팀목 역할은 세계 주요국에 비해서도 뚜렷한 경향을 띈다. 주요 28개국 중 제조업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이 두 번째로 높은 우리나라는 지난 2019년과 비교해 성장률 감소폭이 네 번째로 낮았다.
실업률 증가정도도 28개국 중 여섯 번째에 불과했다. 미국, 독일, 일본 등 G7 국가와 비교할 경우 우리 경제의 성장률 감소폭과 실업률 증가정도는 각각 G7 국가 평균의 39%, 15% 수준이었다.
코로나발 충격파에도 한국 경제가 강한 회복력을 보이는 이유는 제조업 바탕의 수출 호조가 큰 폭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V'자형 수출 반등에 대한 업종별 기여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한 반도체,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등의 주력산업들이 주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 경제가 위기 국면에서 수출 회복력이 높은 산업구조를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수출은 'V'자형의 회복세다. 당초 예상과 달리 지난해 4월 전년대비 -25.6%로 저점을 찍은 후 8월 -10.3%, 12월 12.4% 등으로 빠르게 반등해 'V'자형 회복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주요국에 비해서도 높은 편이다. 내수 침체 한계 속 우리 경제의 강한 수출 회복력이 빠른 경제회복을 견인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코로나19 혁신경쟁에서 우위를 갖는 산업구조로의 업그레이드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경제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환경·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디지털 전환과 친환경화에 대한 글로벌 경쟁 가속화가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 산업전략을 계승할 뿐만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위를 점할 혁신전략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최근 심화되는 미·중 기술패권 경쟁 속에 향후 펼쳐질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 대한 대응력 강화가 절실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황경인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우리 주력산업 대부분은 글로벌 공급망에 깊이 연결돼 있다. 각 산업별로 공급망 재편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수출시장 다변화, 기업 활력 제고 등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연구원이 5일 발표한 '한국 제조업 경쟁력, 코로나19 경제위기의 버팀목'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 경쟁력은 독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 사진은 한국과 OECD의 경제성장률·실업률 분기별 추이. 자료/산업연구원
세종=정서윤 기자 tyvodlo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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