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언론의 관심은 내년 3월에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 쏠려 있는 듯하다. 내년 6월 지방선거는 상대적으로 관심 밖에 있다. 그리고 지방선거 중에서도 지방의회 선거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지방선거 때마다 약간씩은 논의가 되어 왔던 지방의회 선거제도에 관한 얘기도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과연 지금의 지방의회 선거제도로 내년 지방선거를 치른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
지금의 정당 지지율 추세가 그대로 간다면, 아마 내년 광역지방의회 선거 역시 최악의 '불비례'적인 선거가 될 듯하다. 특정 정당이 40~50% 정도의 지지율로도 광역지방의회(시·도의회) 의석을 80~90% 차지하는 경우들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렇게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정당이 바뀌는 지역들도 있을 것이다.
가령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48.81%의 정당 지지율로 부산시의회 47석 중 41석을 차지했다. 그러나 내년 선거에는 거꾸로 지금의 야당 측이 80~90% 이상 의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부산시장 보궐선거 결과를 보면 국민의힘의 박형준 후보가 김영춘 민주당 후보를 62.67% 대 34.42%로 앞섰을 뿐만 아니라, 모든 자치구에서 압도적 표 차이로 승리했다. 그렇다면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야당 측이 부산지역 광역의회 지역구를 휩쓸고, 민주당은 광역 비례대표 의석을 약간 건지는데 그칠 가능성이 큰 것이다.
2014년 지방선거의 경우 부산시의회 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지역구 42석을 모두 차지하고, 비례의석 3석까지 추가해서 47석 중 45석을 차지했다. 이번 보궐선거 결과만 놓고 보면, 내년 부산시의회 선거는 2014년 지방선거와 유사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부산만이 아니라 경남과 울산 등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물론 내년 지방선거까지는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수많은 변수가 있고,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정당득표율과 의석비율 간의 괴리가 큰 현상은 반복될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의 광역지방의회 선거는 세계 최악 수준의 불비례성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수도권에서도 특정 정당이 광역의회 의석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현상이 반복되어 왔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서울·경기·인천의 광역지방의회 의석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2002년과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거꾸로 한나라당이 서울·경기·인천의 광역지방의회 의석 80~90%를 차지했다.
이렇게 특정 정당이 3분의 2를 훨씬 넘는 의석을 차지하게 되면 의회정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기 어렵다. 10%도 안 되는 의석을 가진 정당은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압도적으로 의석이 많은 정당도 의원들끼리 자리다툼이나 하는 행태를 보이기 쉽다. 게다가 지방자치단체장의 소속 정당이 의회의 압도적 다수 정당과 같다면, 의회는 거수기 역할로 전락할 수도 있다.
그리고 선거 때마다 특정 정당 바람이 불면, 그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의원이 될 수 있으니 정책이나 자질검증은 불가능해진다. 80~90% 의석을 차지하는 정당이 지방선거 때마다 '널뛰기'하듯 바뀌면, 광역의원 대다수가 초선인 상황도 벌어진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다시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필요하다.
핵심은 국회의원 선거제도에서 '반쪽'짜리도 안 되게 도입된 비례대표제를 지방의회 선거부터라도 제대로 도입하는 것이다. 어차피 정당보고 찍는 선거가 광역지방의회 선거이다. 그렇다면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든, 정당과 후보를 유권자들이 모두 선택할 수 있는 개방명부 비례대표제든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기초의회 선거도 거대 양당이 나눠 먹는 2인 선거구를 없애고 최소한 4인 이상을 뽑는 실질적인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하든지, 아니면 비례대표제를 전면적으로 도입하든지 해야 한다. 오죽하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기초의회 2인 선거구에 대해 '살당공락(살인자도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고, 공자도 공천 못 받으면 떨어진다)'이라는 표현까지 썼을까. 철저하게 거대 양당이 나눠 먹는 2인 선거구는 없애는 것이 맞다.
관건은 지금 180석 가까운 의석을 갖고 있는 민주당의 태도이다. 민주당이 의지가 있다면 선거제도 개혁 논의는 충분히 가능하다. 개혁을 하지 않으면, 승자독식 선거제도의 역풍을 맞게 된다는 것을 지금이라도 여당이 상기하길 바란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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