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 균주전)②세상에서 제일 위험한 독…관리는 걸음마
평균 치사율 0.0003㎍/㎏…생물무기 악용 우려도
신고제→허가제 작년 변경…질병청·식약처 조사 착수
2021-05-20 15:21:41 2021-05-20 15:21:41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메디톡스(086900)대웅제약(069620)이 보툴리눔 톡신 미국 소송 관련 신경전을 이어가는 가운데 양사 간 문제를 넘어 보툴리눔균 관리감독을 지금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핵심 원료인 보툴리눔균을 보유한 국내 업체는 20여곳에 이른다. 이 중 균주 보유 허가 등 사전절차를 거쳐 품목허가를 받은 기업은 휴젤(145020), 메디톡스, 대웅제약, 휴온스(243070) 등 네 곳이다.
 
보툴리눔 톡신 상용화에 성공한 네 업체와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거나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는 곳 등을 제외한 일부 업체의 균주 기원은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업체가 난립한 데다 균주 출처마저 명확하지 않은 국내 시장에선 보툴리눔 균 불법 유통 문제도 있었다. 지난 2018년에는 브로커를 통해 보툴리눔균을 불법적으로 구할 수 있다는 실태가 밝혀졌다. 최근에는 몇몇 제품이 병의원을 통해 밀수출됐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독소별 평균 치사량. 표/뉴스토마토
 
보툴리눔균과 이를 활용해 만든 제제 불법 유통이 다른 의약품에 비해 파장이 큰 것은 위험성 때문이다. 자연상태에 존재하는 종과 화학합성으로 만든 종을 포함한 독소의 위험성은 평균 치사량으로 순위를 메긴다.
 
숫자가 낮을수록 치사율이 높다는 뜻인데, 보툴리눔균의 평균 치사량은 0.0003㎍/㎏이다. 파상풍균(0.002㎍/㎏), 복어 독(10㎍/㎏), 화학합성물 VX(15㎍/㎏) 등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은 치사율이다. 식음료에 타거나 공기 중으로도 살포할 수 있어 생물무기로 쓰이면 테러 위험성도 있다.
 
이 같은 위험성 때문에 국제사회는 지난 1975년 '생물무기 금지협약'을 제정하고 보툴리눔균의 국가 간 이동을 금지했다. 보툴리눔 톡신 업체에는 까다로운 관리감독과 주기적인 검증 등을 요구한다. 일례로 미국에선 보툴리눔 톡신 업체 대표와 연구진은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람이어야 하고, 범죄 이력도 없어야 한다.
 
반면 국내 관리감독은 해외와 비교하면 허술하다. 보툴리눔균을 발견했거나 외부에서 분양받게 되면 질병관리청 등 당국에 신고를 해야 하는데, 지난해 6월 이전까지는 구체적인 경위 없이 장소만 기재해도 되는 신고제였다. 현재는 허가제로 변경돼 당국이 필요 시 현장조사도 진행할 수 있다.
 
보툴리눔균 보유 업체 전반에 대한 조사도 뒤늦게 시작됐다. 질병청은 지난 2월 말 국내 보눌리눔 톡신 업체 중 10여곳을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마쳤다. 조사에선 보툴리눔균 관리체계를 중점적으로 살폈다. 상반기 중에는 보툴리눔균 관리 개선안을 마련하고 하반기 추가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개선안의 경우 필요한 입법을 위회 국회와도 협력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위해사범중앙조사단(중조단)을 중심으로 국가출하승인 없이 보툴리눔 톡신을 수출한 국내 기업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수사 대상 업체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대형 업체들도 포함됐다고 알려졌다. 질병청과 식약처 모두 중대한 위법사항이 발견되면 해당 업체를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당국이 보툴리눔 톡신 관련 연이은 조사와 수사를 진행 중이지만,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온다. 제품 불법 유통 등의 문제가 일부 개선되긴 했으나 보툴리눔균 자체가 국가 안보 및 국민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보다 촘촘한 관리감독이 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김형문 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 회장은 "과거에는 보툴리눔균 불법 유통이 활발하게 이뤄져 해외로 빼돌리는 행위도 많이 있었다고 알려졌는데 최근 들어 상황이 나아진 것 같다"라면서도 "보툴리눔균의 위험성을 알고 특정 제제의 오리지널리티를 도용했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면 책임이 있는 국가 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했다"라고 말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