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쌓인 임진강에서 쉬고 있는 흰꼬리수리를 까마귀와 까치가 괴롭히고 있다.
유라시아대륙에 넓게 분포하는 흰꼬리수리(White-tailed Sea Eagle)는 우리나라에선 주로 겨울철에 볼 수 있습니다. 경기 시화호와 서해안 무인도에서 번식하는 개체도 있지만 대부분 러시아, 중국에서 번식한 놈들이 월동하러 내려옵니다. 전국의 하천이나 해안가에서 흔하지 않게 볼 수 있고, 대부분 5년생 미만의 어린새들입니다. 어미새들은 좀처럼 남하하지 않고 번식지를 지키기 때문입니다.
흰꼬리수리는 몸길이 약 80~94㎝, 날개 편 길이만 2m가 넘는 대형 수리과 조류입니다. 성조가 되면 이름처럼 꼬리 깃털이 순백색으로 변하며, 노란 부리와 발이 특징입니다. 흔히들 독수리를 하늘의 왕자라고 인식하고 있으나 독수리는 단지 죽은 동물들의 시체를 뜯어 먹을 뿐 독자적인 사냥술이 없지요. 반면에 흰꼬리수리는 오리, 기러기 등 조류와 누치, 숭어 등 물고기까지 사냥하는 용맹한 하늘의 왕자입니다.
흰꼬리수리의 날카로운 발톱은 살아있는 먹이들을 단숨에 절명시키며, 자신의 몸무게에 버금가는 물체를 움켜지고 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먹이를 움켜지고 날 때는 날카로운 발톱을 사용할 수 없어 까치, 까마귀, 갈매기에게 속수무책이죠. 흰꼬리수리보다 날렵한 이들은 흰꼬리수리가 먹이를 잡고 날아가면 영락없이 뒤따라가며 귀찮게 합니다. 혹시라도 흰꼬리수리가 먹이를 놓치면 이를 횡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입니다. 흰꼬리수리는 매처럼 눈에 줌 기능이 있어 멀리서 먹이를 망원렌즈로 노려보다가 가까이 접근하면서 광각렌즈로 변신하는 수리의 눈(eagle-eye)을 가졌습니다. 사람보다 5배 이상 좋은 시력을 가졌다고 조류학자들은 말합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서는 흰꼬리수리를 '관심대상(Least Concern, LC)'으로 분류해 보호·보존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국가자연유산 243-4호,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습니다. 흰꼬리수리는 전 세계적으로 서식지 감소와 농약의 과다사용으로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다가 최근들어 각국의 보호조치로 개체수가 다소 늘고 있습니다. 겨울철 우리나라를 찾는 개체수는 150여마리 미만이며 한강, 임진강 등 전국의 주요 하천 수계에서 사냥감인 기러기나 오리를 따라 이동합니다.
흰꼬리수리 유조가 미사리 한강에서 비오리를 쫒고 있다.
올 겨울에도 지난해 보았던 흰꼬리수리를 찾으러 다시 팔당을 찾았습니다. 철새들은 특별한 돌발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이동 시기와 경로가 해마다 비슷합니다. 자연의 시계는 의외로 정확하기 때문이죠. 지난해 두 마리의 성조가 사냥과 격투를 벌였던 현장을 지켰습니다. 큰고니는 거꾸로 처박혀 열심히 먹이를 찾고 있었고, 비오리와 흰죽지들은 강을 오르내리며 작은 물고기 사냥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이윽고 하류에서 날아오는 흰죽지 무리가 갑자기 늘었고 청둥오리도 70여마리가 황급히 날아들었습니다.
하류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700m 정도 서울 쪽으로 이동했습니다. 3마리의 큰고니가 주변을 살피고 있었고 비오리, 흰죽지들은 모두 사라져 버렸습니다. 강 건너편 검단산 속에서 흰꼬리수리 성조가 나뭇가지에 앉아 한강을 응시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삼각대와 망원렌즈를 서둘러 설치하고, 흰꼬리수리의 움직임을 지켰보았습니다. 녀석은 세 시간을 그곳에서 버텼어요. 깃털을 가다듬고 배설하고 기지개도 켜보고…
다시 한 시간이 지났습니다. 흰꼬리수리의 움직임에 변화가 왔어요. 한강을 응시하는 행동이 많아지더니 아예 자세를 고쳐 수직으로 앉아있던 자세에서 금방이라도 뛰쳐나갈 수 있게 수평으로 앉은 횟수도 늘었습니다. 흰꼬리수리가 드디어 나래를 피고 한강의 수면 위를 선회하더니 순식간에 내려 꽂았습니다. 수면을 박차고 비상하는 흰꼬리수리의 움켜쥔 발톱에서 작은 누치 한 마리가 꼬리를 발버둥쳤습니다. 어느새 어린 흰꼬리수리가 날아와 사냥한 흰꼬리수리를 뒤쫒아갑니다. 잡은 물고기를 빼앗으려고 공중전도 펼칩니다. 맹금류들의 발달된 시력은 역시 놀랍습니다. 이 어린 녀석도 산 위에서 사냥감을 기다리다가 흰꼬리수리 성조가 사냥해 낚아 올린 먹이를 보고 날아온 것입니다. 몇 백 미터가 넘는 먼 거리에서 작은 물고기를 감지할 수 있는 시력이 한층 부러웠습니다.
흰꼬리수리는 습지의 환경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깃대종입니다. 이들이 서식하는 습지는 먹이사슬의 연결고리가 건강한 곳이지요. 흰꼬리수리의 개체수가 늘어나면 이들 서식지의 환경이 살아나고 있다는 증거이고, 개체수가 준다면 그만큼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상황을 말해줍니다. 하늘의 왕자 흰꼬리수리가 지금보다 더욱 많아져 전국의 하천에서 늘 볼 수 있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김연수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 wildik02@naver.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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