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지지하는 전문가그룹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이하 공정과 상식)이 출범했다. 전문가 집단이 지지조직을 결성한 것은 이례적이다. 토론자들은 공정에 대한 국민 욕구가 윤 전 총장으로 표출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공정과 상식은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출범식을 열었다. 정용상 동국대 명예교수를 포함해 김종욱 전 한국체대 총장, 박상진 국악학원 이사장, 황희만 전 MBC 부사장, 김탁 고려대 의대교수 등 33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이날 행사에 윤 전 총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윤 전 총장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행사지만 법조계 인사와 대학교수 등 오피니언 리더들이 지지 조직을 결성한 것은 처음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윤 전 총장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은 것을 반영하듯 취재진과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황희만 전 MBC 부사장은 공정과 상식을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 윤석열의 정치구조를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정권 교체를 위한 구체적 방법과 전략을 제시하기 위한 네트워크"라고 소개했다.
공정과 상식은 출범 첫 행보로 '윤석열, 대통령 가능성과 한계'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윤 전 총장의 석사 논문을 지도했던 송상현 전 국제사법재판소장이 '국제질서의 변동과 우리의 과제'를 주제로 축하강연에 나섰다. 그는 윤 전 총장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집권여당을 겨냥하듯 포퓰리즘을 경계했다.
송 전 소장은 "한국 포퓰리즘은 영향력이 기존 민주주 시스템을 위협할 만큼 크지는 않다고 판단하지만 인터넷을 중심으로 점차 불안감과 불신, 적대감이 확산돼 걱정"이라며 "기존 정당이 나를 대표하지 못한다는 회의감과 냉소감을 극복하고 정당이 민주주의 문지기로써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송 전 소장은 "포퓰리스트가 정권을 잡으면 개혁을 화두로 내세우며 개혁이란 이름 하에 민주적 절차를 경시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취향이나 이상대로 국가를 개조하려 한다"며 "민주주의를 빙자한 다수결로 밀어붙여 자기들만이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줄기차게 노력하는 것 정치가 이뤄지는 근본 방식에 대한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정치의 과제는 기업에게 경제적 자유를 주고 경제안보보건 위기, 복지지출 위기, 상대적 박탈감 위기를 민주적으로 극복하는게 필요함과 동시에 고도성장의 부정적 유산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기조발제자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윤 전 총장이 공식 출마선언을 하지 않아 견해를 밝히긴 어렵다"면서 "모임의 성격은 모르고 오늘 발표 주제가 공정과 상식이라고 해서 모든 정치인들이 새겨야할 지점만 준비해왔다"고 포문을 열었다.
진 전 교수는 윤 전 총장이 주목받은 이유에 대해 "문재인 정권 들어와서 공정이라는 게 깨진 게 너무 극명해졌다"며 "법적·형식적 공정은 남들과 똑같아야 하는데 내로남불이어서 윤 전총장이 칼을 공정하게 댔기 때문에 공정의 상징으로 떠오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 전 교수는 "정치가 지지자나 꼬셔서 '어떻게 하면 지지율을 올릴까' 이런 식의 모략 질 행위로 잘못 이해되고 있다"며 "정치는 도덕적 감성, 자신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능력, 책임감, 타인과 공감하는 능력, 절제, 겸손을 더 많이 강조하려는 인간적인 노력이 행해지는 장소로 이걸 믿지 않을 때 정치가 부도덕한 게 된다"고 강조했다.
김태규 전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지정토론에서 "법을 제대로 집행했다면 국민들이 한 명에게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법이 니편과 내편을 갈라서 적용하니까 국민들이 분노하고 그걸 해소할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인데 윤 전 총장은 최소한 기본은 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의 잠행이 예상보다 길어지자 윤 전 총장의 팬클럽을 넘어 전문가 집단이 지지 조직을 먼저 결성해 대선 가도를 닦는 모양새다. 윤 전 총장의 대선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엔 외곽 지원 단체로 활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송상현 전 국제사법재판소장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 창립식 및 윤석열, 대통령 가능성과 한계 토론회에서 '국제질서의 변동과 우리의 과제'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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