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만드는 네덜란드 ASML이 한국에 투자 계획을 밝히자 중국이 반색하고 나섰다. 미국의 제재로 반도체 생산장비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ASML이 한국에 들어오면 장비 중고거래가 보다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때문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ASML은 2025년까지 화성에 2400억원 규모의 EUV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구체적으로 트레이닝센터와 재제조(Re-manufacyuaring)센터를 세운다는 계획이다.
ASML은
삼성전자(005930),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에 있는 EUV 노광 장비 성능 업그레이드를 지원한다. 장비 운용을 위한 전문 인력도 양성한다. 우리 입장에서는 노광 장비를 독점 공급하는 ASML과 원활한 관계를 구축하고, 반도체 공급망을 보완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네덜란드 노르트브라반트주 펠트호번에 있는 ASML 본사. 사진/ASML
ASML은 EUV 노광장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업체로, 반도체 업계에서 '슈퍼을'로 통한다. 이 장비는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다. 장비 가격이 대당 1500억원에 이르는 고가인데, 1년간 생산할 수 있는 수가 30~40대 수준이라 반도체 기업들의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장비 확보 여부에 따라 향후 사업 경쟁력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0월 네덜란드를 방문해 베닝크 ASML CEO를 만나 장비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도 이런 이유다.
이런 가운데 ASML의 한국 투자는 중국에서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현재 중국은 미국 정부 허가 없이는 미국 기술이 들어간 장비와 부품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 1위 파운드리(위탁생산) SMIC(중신궈지)는 미국의 제재로 ASML의 최신형 장비를 구매할 수 없다. 중국 정부가 차세대 반도체 기술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필수 장비 없이는 한계가 따른다.
중국은 ASML이 한국에 들어오면 장비 확보가 좀 더 수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이 구할 수 있는 중고 장비가 늘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SMIC는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으나 중고거래는 가능하다. 이미 중국 반도체 업계는 미국의 추가 제재를 대비해 일본으로부터 대규모 중고 장비를 사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경제매체 신랑차이징은 ASML의 한국 투자에 대해 "미국이 장비공급을 막아 중국 업체들이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ASML이 한국에서 장비 성능 업그레이드를 할 계획인데, 중국이 향후 한국 기업을 통해 중고 장비를 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는 장비를 오랫동안 사용하기 때문에 중국이 중고장비를 구할 수 있을 지 의문스럽다"면서도 "중국이 어떻게든 장비를 구하려고 한다면 국내 기업을 통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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