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건의에 "고충을 이해한다"며 "국민들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거 문 대통령이 사면조건으로 '국민 공감대'를 언급해온 만큼, 사면을 긍정검토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상춘재 '4대 그룹 대표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4대 그룹 대표들의 사면 건의에 "지금은 경제 상황이 이전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고, 기업에 대담한 역할이 요구된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며 이같이 답했다고 청와대 측이 전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경제5단체가 건의한 것을 고려해 달라"고 운을 띄웠다. 이어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반도체 등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선 총수가 있어야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참석자 역시 "어떤 위기가 올지 모르는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앞으로 2,3년이 중요하다"고 사면론을 거들었다. 이 자리에는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유영민 비서실장, 이호승 정책실장, 안일환 경제수석도 함께했다.
다만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국민의 공감에) 긍정이나 부정 어떤 쪽을 특정하진 않았다"면서 "사면에 공감했다기보다 이전 4주년 특별연설 때 '국민공감대를 생각하며 충분히 국민의 의견을 들어 판단하겠다'고 했는데 두루두루 의견을 듣겠다, 경청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1시간30분 동안 진행된 이날 간담회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정장에 노타이 차림의 편안한 복장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번 방미 순방 때 4대 그룹이 함께해 한미 정상회담 성과가 참 좋았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고, 그룹 대표들도 "많은 방미 성과에 정말 축하드린다"고 화답했다.
식사 메뉴는 한미 정상회담 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대접한 크랩케이크가 밀전병과 함께 전채요리로 올랐다. 이어 대추 감주, 한우갈비·민어간장구이와 더운채소, 홍복닭(홍삼과 복분자로 키운 토종닭) 온반, 과일과 차 등이 이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식사 후에 '4대 그룹 대표가 오니 메뉴가 좋다'며 자주 오셨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전했다.
또한 청와대는 각 그룹 대표들에게 과거 문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액자로 만들어 선물했다. 정의선 회장에게는 특별히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때 전시된 수소차에 부착됐던 차량 번호판을 증정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전용차도 수소차고 청와대 관용차도 수소차가 여러 대 있어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띄웠다. 또 카메라 기자들에게 "잘 찍어달라"고 부탁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4대 그룹 대표 초청 오찬 간담회’에 앞서 환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문 대통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