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무노조 철폐 1년…삼성, 창립 첫 파업 위기
삼성디플 노조, 21일부터 쟁의 시작…쟁의위 6명 무보수 투쟁
전체 조합원 쟁의 수준 아직 미정…회사 단계적 압박 가능성 커
2021-06-16 12:03:52 2021-06-16 14:17:53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삼성이 창립 83년 만에 첫 파업 위기에 놓였다.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무노조 경영 철폐를 선언한지 약 1년 만이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사측과 임금교섭이 결렬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산하 삼성디스플레이 노조 쟁의대책위원회는 21일 출범식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쟁의대책위는 노조가 앞으로 쟁의활동 준비와 진행을 위해 꾸린 기구로 위원장 1명과 위원 5명 등 총 6명으로 구성됐다.
 
쟁의대책위 6명은 이날부터 각 부서 현업 및 노동조합 상근 업무에서 벗어나 무보수 쟁의활동에 돌입한다. 노조는 지난 14일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쟁의행위신고서를 제출한 뒤 회사로부터 대부분 유틸리티 근무자로 구성한 협정근로자 명단을 받았다. 협정근로자는 파업에 참가할 수 없는 이들을 말하며 통상 노조의 쟁의활동 직전 최소 근무 인원을 추리기 위해 진행된다. 쟁의를 앞두고 벌이는 마지막 절차로 알려져 있다.
 
다만 전체 직원 10% 정도인 2500여명의 조합원들이 단체로 어떤 쟁의행위를 벌일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쟁의에는 파업, 태업, 보이콧, 피케팅, 직장폐쇄 등이 있다. 노조 관계자는 16일 "구체적인 쟁의 방법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21일부터 쟁의를 시작하기로 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파급효과가 큰 만큼 노조가 곧바로 파업을 선택하기보다는 단계적으로 쟁의 수위를 높이는 방법으로 회사를 압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창립 이래 첫 파업인 만큼 노조로서도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지난달 18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2캠퍼스 정문 일대에 노조기가 휘날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다시 교섭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노조가 사측의 전향적인 태도 전환을 전제로 하고 있어 가능성은 크지 않다. 노조는 10일 회사의 최종제시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한 뒤 "회사가 제시안을 수정한다면 재교섭에 대해서도 여지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 "더는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노사 관계 법령을 철저히 준수하고 노동삼권을 확실히 보장해 노사의 화합과 상생을 도모해 건전한 노사문화가 정착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간 무노조로 정의된 삼성 노사 관계의 전환을 예고하는 발언이었다.
 
이 부회장의 선언 이후 삼성전자, 삼성생명(032830), 삼성물산(028260) 등 주요 계열사는 발전적인 노사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동 전문가와 교수, 변호사 등 노사관계 자문그룹을 구성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와 정기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있다. 삼성 사장단과 인사팀장들을 대상으로 건전한 노사관계 형성과 관련한 강의를 진행하는 등 노사관계 개선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임금이라는 현실적인 벽에 부딪혔다. 현재 노조는 올해 임금 기본인상률 6.8%를 요구한 반면 회사는 노사협의회와 합의한 4.5%를 고수하고 있다. 노사는 4월 임금협상 결렬 후 이달 재협상에 나섰지만, 입장 차만 확인했다. 어느 한쪽의 대승적인 양보 없이는 갈등 양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준법위가 양측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나서기도 어렵다. 준법위는 15일 정기회의에서 삼성 7개 협약사 인사 담당자로부터 노조 현황·노사 교섭 상황을 보고받았으나 협약사가 아닌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날 논의 대상에서 빠졌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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