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매그나칩반도체의 매각작업이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계 사모펀드에 매각을 추진 중이던 가운데 새로운 사모펀드가 가격을 3000억원 더 올려 제안했기 때문이다. 매그나칩은 원매자들이 제시한 조건을 놓고 이해득실을 면밀히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매그나칩은 최근 글로벌 사모펀드 코누코피아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로부터 매각 제안을 받았다. 코누코피아는 인수금액 16억6000만달러(1조8530억원)를 제시했다. 이는 앞서 중국계 사모펀드 와이즈로드캐피털이 제시한 14억달러(1조5890억원)보다 약 3000억원 많다.
갑작스럽게 인수 제안을 받은 매그나칩은 당초 15일 예정됐던 임시 주주총회를 연기하고 코누코피아의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
매그나칩반도체 로고. 사진/뉴시스
앞서 3월 와이즈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한 매그나칩은 주주 인수 및 당국의 규제 승인 등 절차를 거쳐 올해 하반기 딜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매그나칩이 중국계 사모펀드에 매각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 기술이 중국에 유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중국 자본 매각을 막아달라'는 취지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물론 업계 일각에서는 매그나칩의 주력 제품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구동칩(DDIC)이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우려가 과도하다는 반론도 있다. 그럼에도 매그나칩 입장에서는 기술유출 여론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중국과 반도체 패권전쟁이 한창인 미국이 매그나칩 매각에 딴지를 걸어왔다.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가 매그나칩 인수를 추진 중이던 아이즈로드에 인수 관련 자료제출을 요구한 것이다. CFIUS는 국가안보와 관련된 기업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를 심사하는 곳이다. 매그나칩은 미국에 생산공장이나 근무하는 종업원이 없어, CFIUS의 심사 대상이 아니지만 자료체출을 요구한 만큼 협력한다는 입장이다.
매그나칩반도체의 매각작업이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가운데 새로운 사모펀드가 인수경쟁에 뛰어들며 매그나칩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번 매각 성사의 관건은 코누코피아가 내건 조건의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매그나칩이 와이즈로드와 매각계약을 체결한 것은 직원들의 고용 승계와 자율경영을 보장하겠다는 조건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매그나칩의 경영진과 임직원들은 매각이 완료된 이후에도 기존과 변함없이 현재의 역할을 지속하면 됐었다. 또 서울, 청주에 각각 운영하고 있는 사무소와 연구소 및 구미의 생산시설 등도 동일하게 운영하기로 했다. 매그나칩 인수를 희망한 11개사 가운데 와이즈로드가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해 선택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다 보니 코누코피아의 인수조건에 이목이 쏠린다. 현재로선 인수금액 16억6000만달러를 제시했다는 것 말고 알려진 것이 없다. 다만 코누코피아가 중국계 사모펀드보다 약 3000억원 많게 계약금을 제시한 것을 보면 인수의지가 강한 것으로 해석된다.
만약 매그나칩이 코누코피아에 매각되면 핵심 기술유출 우려가 일부분 사그라들고 미국의 압박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매그나칩 측은 "와이즈로드는 회사 경영이나 고용에 아무런 간섭을 하지 않을 것이란 조건을 내걸었었다"며 "새롭게 인수를 제안한 글로벌 사모펀드의 조건에 대해 현재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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