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현정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른바 'X파일'에 대해 "당 내 인사로 분류된 분은 아니다"며 당 차원의 대응 계획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외곽에서 입당 시기를 조율 중인 윤 전 총장이 당에 들어와야 당 차원의 조력이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에둘러 X파일에 선을 긋는 모습이다. 다만 이 대표는 제주 4·3 사태에 관심을 가지면서 원희룡 제주지사와 자리를 갖는 등 당의 자강론에 공을 들였다.
이 대표는 23일 제주도를 찾아 4·3평화공원 위령탑을 참배하며 "추가 진상 조사도 최대한 억울한 분이 없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030의 청년 세대를 대표하는 청년 정치인으로서 이념적 영역을 확장해 가는 차원의 발언으로 읽힌다.
하지만 이 대표는 X파일에 대해 "문건이나 자료가 입수된다 하더라도 이첩해서 처리할만한 공조직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파일 출처를 야당으로 돌린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의 발언에 대해 "공당의 대표가 음모론에 가까운 말을 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시에 있는 청년 취·창업 센터 '더큰내일센터'를 방문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문건을 언제 만들었다고 특정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주장을 하려면 언제 어디서 누가 왜까지 특정해서 말해야 실태를 파악할 수 있다"며 "무책임한 주장을 하지 않으려면 육하원칙에 따라 말씀하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대신 자강론 행보의 일환으로 제주 4·3평화공원을 찾아 방명록에 "다시 찾아뵈었습니다. 아픔이 완전히 치유될 때까지 더 노력하고 더 자주 찾아뵙겠습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새 지도부 출범 이후 호남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저희가 가졌던 아픈 과오에 대해 반성한다"며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 것처럼 제주도에서도 4·3 문제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향적인 노력의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원희룡(왼쪽) 제주지사가 23일 제주시 봉개동 제주 4·3평화공원을 방문해 희생자 영령에 참배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4·3 특별법 희생자의 배·보상 문제와 관련해 "한 분도 누락 없이 진행하도록 열과 성을 다할 것"이라며 "추가 진상 조사도 최대한 억울한 분이 없도록, 왜곡된 평가를 받는 분이 없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대표는 "지금까지 우리 당 대통령이 어떤 연유로 그런 판단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당 대표로서 우리 당 인사가 대통령에 선출된다면 (4·3 추념식 참석) 행보를 하라고 권장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을 내년 대선 공약으로 채택할 것이라고도 공약했다. 국민의힘 제주도 당사에서 열린 당원 간담회에서 그는 "원희룡 도정의 역점 사업은 적극 지원하려고 한다"며 "서울~제주 노선은 전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노선이 된 지 오래로 신공항 건설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사업이 무산되지 않을까 우려도 있을 것"이라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우리 당 의원들에게 잘 부탁드려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하겠다"고 논의를 약속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왼쪽)와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23일 제주시 구좌읍에 있는 제주에너지공사 신재생 에너지 홍보관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 뉴시스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일정 상당부분을 원 지사와 함께했다. 자리에서 이 대표는 원 지사가 중점 추진 중인 '탄소 없는 섬 2030' 정책 관련 브리핑을 받고 당 차원의 지원을 약속하는 등 힘을 실었다. 앞서 이 대표는 전날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서도 정책적인 차원의 협조를 약속했다. 당 밖에 있는 대선 주자들을 향해 줄곧 '8월 정시 출발론'을 강조했던 그가 본격적으로 '당 내 주자 관리'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현정 기자 j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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